강진아 기자 = "6개월간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 '윤해강'처럼 점점 바뀌는 것 같아요. 귀여운 관종, 허세를 생각보다 즐기고 있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재밌었고, 즐겁게 '나야, 나 윤해강이야!'를 외쳤죠."

SBS 월화극 '라켓소년단'에서 불타는 승부욕의 소유자 '윤해강' 역으로 드라마를 이끈 배우 탕준상은 최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던 현장이었다"며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감사드린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일 종영한 '라켓소년단'은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 소녀들의 성장 드라마다. 해체 위기였던 해남서중 배드민턴부와 도시 소년 '윤해강'이 만나면서 이른바 '라켓소년단'이 결성, 배드민턴 아이돌을 꿈꾸는 소년체전 도전기를 다뤘다.

탕준상은 땅끝마을에 원치 않는 전학을 오면서 배드민턴을 다시 시작하게 된 '윤해강' 역을 맡았다. 타고난 운동 감각에 경기든 일상에서든 지는 건 못 참는 미친 승부욕의 소유자다. 센 척에 쿨한 척하지만 밤길을 무서워하고, 아닌 척 뒤에서 챙겨주는 츤데레 소년이다.

"배드민턴 고강도 훈련…드라마 속 멋있는 모습에 성취감"

탕준상은 "해강이는 '겉바속촉'이고 저는 '겉촉속촉'"이라며 "해강이는 겉으로는 툴툴대고 속으로 잘 챙겨주지만 저는 대놓고 잘 챙겨준다"며 "외향적인 성격은 비슷하다. MBTI를 하면 해강이도 저처럼 외향적인 'E' 성향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주연작인 만큼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고도 털어놓았다. "저를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은데 부담이 많이 됐죠. 하지만 대본이 재밌었고 배드민턴을 다룬 최초의 스포츠 드라마라서 기대도 됐어요. 시청률 1위는 예상 못 했는데 너무 기뻤죠."

약 9개월간의 배드민턴 연습 일지가 공개되며 화제가 됐던 탕준상은 실제 선수들처럼 배드민턴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 극 중 해남서중 배드민턴부 주장 '방윤담' 역의 손상연 배우와 함께 2대1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는 "배드민턴 천재 선수로 나오기 때문에 폼이 중요했다. 선수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몇 개월 전부터 열심히 연습했다"며 "사실 운동을 좋아해서 배드민턴을 잘 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워보니까 천지 차이였다"고 떠올렸다.

"몇 시간 동안 계속 연습하니까 온몸에 알이 배기고 성한 곳이 없었어요. 아프고 쑤시고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 나중에 점점 실력이 늘고 제대로 된 자세로 배드민턴을 치면서 방송에 제가 원하는 멋있는 모습으로 담겼을 때 성취감을 느꼈죠."

지난 8일 폐막한 도쿄올림픽에서 배드민턴 경기는 더 눈길이 갔다. "다른 종목도 챙겨봤는데 특히나 배드민턴을 더 관심 있게 봤어요. 당연하지만 차원이 달랐죠.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게 연습하고 땀과 눈물을 흘리며 준비했을지 더 와닿았어요.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라켓소년단'엔 '그들만의 리그'도 있다. "저나 멤버들 모두 승부욕이 어마무시하게 강하다"며 "저희끼리도 경쟁하며 배드민턴 서열 정리를 한다"고 웃었다. 그중 본인 순위를 묻자 손가락으로 1을 치켜들며 수줍게 웃었다.

"사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최근 경기로 말하면 제가 일등이죠. 이등은 현욱이 형 정도?(웃음) 저희끼리는 뭔가 콘텐츠로 서열 정리를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일대일로 붙는데 지면 분해하고 이기면 자랑스러워해요. 순위는 왔다갔다하는데, 우리들만의 리그죠. 촬영하면서 쉬는 시간만 있으면 항상 라켓을 들고 뭉쳐요. 같이 운동하며 놀았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무브 투 헤븐' 이어 올해 주연작 두편…"칭찬 받아 신나, 더 달리고 싶어"

극 중 배드민턴 천재 소녀 '한세윤' 역의 이재인과는 풋풋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그는 "솔직히 처음엔 로맨스라고 생각 못 했다. 짝사랑하는 '썸'을 표현하려 했는데 풋풋하게 잘 보여진 것 같다"며 "풋풋하고 순수한 감정이다 보니까 과하지 않으면서 밋밋하지 않게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해남서중 코치이자 아버지 '윤현종' 역의 김상경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너무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고 딱 중학생 나이처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더 좋은 연기을 위해 같이 고민하고 조언해주며 아버지처럼 대해주셨죠. 선배님 덕분에 칭찬받았고, 그 말씀들을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라켓소년단'은 이른바 '힐링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속 '윤해강'이 성장했듯, 탕준상도 이번 작품으로 한 뼘 더 성장했다.

"다들 연기를 잘해서 자극받았죠. 강훈이는 '레디 액션'하면 바로 펑펑 울어서 저희가 감탄했어요. 상대가 몰입해서 연기했을 때 진심이 느껴져요. 경쟁보다는 서로 응원해주고 편하게 얘기를 나누며 연기 친구들을 얻었죠. 특히 이번에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배우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지난해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부터 올해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SBS '라켓소년단'까지 활발한 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탕준상. 그는 "올해 두 편의 주연작이 나와서 믿기지 않고 영광스럽다"고 감격했다.

"주연작을 할 거라고 상상 못 했는데, 두 작품을 통해 솔직히 처음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어요. 신나고 기분 좋아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니까요. 더 열심히 하고 싶게 만든 상반기였죠. 하반기나 내년에 더 달리고 싶어요."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는 때마다 달라진다면서도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정주행했는데, 너무 재밌더라. 인생 드라마가 됐는데 '미생' 장그래처럼 사회 초년생 역할로 인생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액션물이나 SF, 판타지 등 작품도 욕심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탕준상은 무대와 영상을 넘나드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정석, 조승우 선배님처럼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하면서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나올 작품도 기대해주시고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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