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걸음이나 백 걸음이나
오십 걸음이나 백 걸음이나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2.27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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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라 혜왕과 맹자
양나라 혜왕과 맹자

양나라 혜왕은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고 자주 백성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하루는 그가 맹자에게 물었다. "나는 나라를 위해 온 마음을 다 쏟고 있다고 생각하오, 하내에 흉년이 들면 하내의 백성을 하동으로 이주시키고, 하동의 양식을 하내로 보내 이주하지못하는 사람들을 구휼합니다. 하동에 흉년이 들 때에도 그와 같이 합니다. 내가 보기에 이웃나라의 어떤 군주도 나처럼 온 마음으로 백성을 아끼는 이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웃 나라의 백성이 줄지도 않고, 나의 백성이 늘지도 않으니 이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임금님께서 전쟁에 관심이 많으시니 전쟁으로 비유하겠습니다. 전쟁을 시작하는 북소리가 울려 칼과 칼이 맞부딪치자 일부 병사들이 겁이 나서 도망을 갔습니다. 그렇게 어떤 사람은 백 보를 달아나고, 어떤 사람은 오십 보를 달아났습니다. 이때 오십 보 달아난 사람이 백 보 달아난 사람을 보고 비겁한 사람이라고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혜왕이 말했다. "당연히 비웃어서는 안 되지요. 백 보를 달아난 것은 아니지만 똑같이 달아났지 않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임금님께서 이 이치를 알고 계신다면 어떻게 이웃나라보다 백성이 많아지기를 바라십니까?"

▶ 이 이야기는 유명한 '오십 보 달아난 사람이 백 보 달아난 사람을 비웃다'라는 고사성어의 유래이다. 오십 보나 백 보나 양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질적인 차이는 없다. 달아난 이상 두 사람 모두 겁쟁이다. 양혜왕이 다른 나라의 왕보다 백성을 조금 덜 착취했을 지 몰라도 백성을 못살게 굴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만일 양혜왕이 정말로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다른 나라 왕보다 조금 덜 착취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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