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업계 "스크린쿼터 악몽 현실로...특수관 예외 적용 필요"
영화관 업계 "스크린쿼터 악몽 현실로...특수관 예외 적용 필요"
  • 뉴시스
  • 승인 2021.08.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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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식 금지·영업시간 제한 이어 스크린쿼터 준수까지 '삼중고'
스크린 쿼터 준수 상영관 20% 안팎…8월 이후엔 외화 쓰나미
김선웅 기자 = 주말인 7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2021.03.07. mangusta@newsis.com
김선웅 기자 = 주말인 7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2021.03.07. mangusta@newsis.com

김지은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관 업계가 이번엔 스크린 쿼터제 준수라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상영관 내 취식 금지와 영화관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극장가에 따르면 전체 상영관 중 스크린쿼터 준수 상영관은 2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7월 말 기준 스크린쿼터를 규정대로 지킨 상영관은 약 13%에 불과했다. 최대 규모의 월드타워는 18개관 중 15개관이 미준수로 조사됐다. 

다른 멀티플렉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CGV의 용산아이파크몰은 18개관 중 13개관이, 강남은 6개관 중 4개관, 영등포는 12개관 중 7개관이 스크린쿼터 준수 규정일을 못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메가박스는 코엑스점이 19개관 중 10개관이 미준수였으며 남은 상영일수가 30일이 넘는 곳이 3개관에 달했다.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일정 일수 이상 한국영화를 의무 상영하도록 하고 있는 정책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한국영화의 상영의무)에 따르면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해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간 상영일 수의 5분의 1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365일 기준으로 최소 73일 이상 상영해야 하며 미충족 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스크린쿼터 도입 후 이를 지키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 2019년에는 7월까지의 준수율이 98%에 이를 정도로 이미 상반기에 대부분 스크린에서 이행을 완료했다. 지난해에도 80~90%가량은 7월에 할당량을 채웠다.

반면 올해는 스크린쿼터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7월 말 '모가디슈'를 시작으로 '싱크홀', '인질' 등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 여름 시장에 잇따라 개봉하며 한국영화 상영일수가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태부족이다.

코로나19 재유행 속에 무게감 있는 한국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하며 신작 가뭄에 시달린 영향이다. 올해 1~7월 박스오피스 '톱20' 영화 중 한국영화 입장객 비중은 20.8%에 그쳤다. 같은 기간 2019년 46.1%, 2020년은 81.1%인 것을 고려하며 한국 영화를 찾은 관객의 발길이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8월 이후 개봉예정작을 보면 외화가 거의 박스오피스를 점령할 분위기다. 한국영화는 9편, 외국영화는 37편 개봉이 예정된 가운데 라인업까지 화려하다. 9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10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듄', 11월 '이터널스', 12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스파이더맨' 등 대작의 비중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에 한해 스크린쿼터 유예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국 영화 산업 보호라는 명분에는 공감하나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융통성 있는 조치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맥스, 스크린X, 수퍼플렉스, 돌비, 4D 등 특수관은 제작 여건을 감안해 스크린쿼터를 상영관이 아닌 극장별로 적용하는 방식 등으로 예외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를 중심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스크린쿼터 제도는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그동안 성실히 준수해 왔으나 올해는 남은 기간 부득이하게 외화를 중심으로 상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한국 영화를 상영하고 싶어도 틀 수 있는 작품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며, 그렇다고 관객들이 기대하는 작품을 상영하지 않고 의무만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관객이 영화관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수관 만이라도 스크린쿼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GV 측도 "전체 스크린쿼터 유예는 어렵더라도, 특별관 스크린쿼터는 극장별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고객 차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업계 입장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고 호소했다.

다만 스크린쿼터는 산업 부문에 따라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유예 조치 등 관련 사항은 법 개정이 필요해 물리적으로 이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맞선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스크린쿼터 준수 현황은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유예, 예외 적용 등 한시적인 조처도 법 개정이 필요해 관련 부처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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