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막히고 기약없는 단절…팬데믹 장기화에 2030 마음의 병 더 깊다
취업 막히고 기약없는 단절…팬데믹 장기화에 2030 마음의 병 더 깊다
  • 뉴시스
  • 승인 2021.08.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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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열 기자 = 3일 오후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 학생지원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블루 극복 위한 심리 방역 상담'에 참가한 학생들이 그림 돌려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영남대 학생상담센터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원예, 조향 작업 등을 활용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1.08.03. lmy@newsis.com
이무열 기자 = 3일 오후 영남대학교 경산캠퍼스 학생지원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블루 극복 위한 심리 방역 상담'에 참가한 학생들이 그림 돌려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영남대 학생상담센터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 원예, 조향 작업 등을 활용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1.08.03. lmy@newsis.com

홍연우 기자 = #1.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박민정(가명·26·여)씨는 졸업 후 현지 취업을 희망했다. 스타트업과 광고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광고회사에서 세번째 인턴 근무를 하던 중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좁은 방 안에서 고립감과 우울감을 참아가며 인턴 활동을 계속 했지만 위축된 취업 시장에서 더 이상의 기회를 찾긴 어려웠다. 박씨는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어릴때부터 세워뒀던 계획을 바꿔 지난 4월 귀국길을 택했다. 하지만 박씨의 경력은 거기까지였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막막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는 일도 잦아졌다. 박씨는 "한국에선 다시 인턴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동기나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미국 혹은 한국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SNS로 접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초라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2. 미술 관련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이형준(가명·32)씨도 심각한 '코로나 블루'를 겪었다.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친목 모임 등을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해 왔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씨는 "2030은 가장 외부 활동이 많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연인을 만들거나, 이미 있다면 자주 만나야 하는 시기이지 않느냐.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단절되거나 제한돼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자 사는 사람들은 거리두기로 인한 단절감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나 역시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한때 우울함을 심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유행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제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정신건강 상의 변화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됐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어려움, 일상의 변화, 외로움, 고립감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블루가 2030 세대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2020년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402만1791명으로 전년(377만0364명) 대비 6.7% 증가했다. 그런데 50세 이상에서는 우울증 환자의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 반면, 20대 환자는 26.7%, 30대 환자는 15.6%나 급증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우울증 환자가 35.8%나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20대와 30대의 우울 평균점수는 각각 5.8점과 5.6점으로 전체 평균(5.0점)보다 높았다. 우울 위험군 비율도 20대가 24.3%, 30대가 22.6%로 전체 평균(18.1%)을 웃돌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릴 정도로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2030 세대에서 가장 많았다. '자살 생각 비율'은 20대(17.52%)와 30대(14.65%)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전체 평균(12.41%)을 웃돌았다.

연령대별, 성별별 우울증 환자 수 변동.(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재판매 및 DB 금지
연령대별, 성별별 우울증 환자 수 변동.(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미래를 계획하고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시기에 있는 2030세대가 코로나19로 인생 설계나 경제 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점이 이같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젊은층은 취업을 한 경우라도 상대적으로 고용이 취약한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여성의 경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녀 양육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라는 감염재난 상황에서는 버틸 수 있는 자원이 중요한데 2030 세대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요소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2030은 활동이 왕성해야 할 연령대이고 직업·결혼 여부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라며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미래를 준비하고,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의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거리두기가 앞으로도 지속돼 경제·사회적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030 세대가 겪는 정신적 고통이 만성화될 수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삶의 변화가 먹고사는 문제에 영향을 주다 보면 사회적으로도 갈등이 커지고 부정적인 정서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현실에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잘 하지 못하고 정서적인 등락을 거듭하는 사람들도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치료를 받아 기분을 건강하게 만들어놓으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우울증이 만성화되는 집단은 항상 있다"며 "평소보다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만성화될 확률도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030 세대가 겪고 있는 정신적 어려움이 사회·경제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만큼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백 교수는 "비대면 상담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다. 2030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SNS 등을 통한 비대면 상담 수요가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면 상담 또는 전화 상담이 주를 이룬다"며 "2030을 아우르는 비대면 정신건강 지원서비스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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