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집단대출 증가 추세…"이대로 가다간 대출 종료"
전세자금·집단대출 증가 추세…"이대로 가다간 대출 종료"
  • 뉴시스
  • 승인 2021.09.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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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기자 = 하나은행이 연소득 범위 이내로 개인 신용대출 취급을 제한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모습. 하나은행은 이같은 조치를 신규, 대환, 재약정, 증액 건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여신의 기한연장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실수요가 연계된 대출과 서민금융대출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2021.08.27. kkssmm99@newsis.com
고승민 기자 = 하나은행이 연소득 범위 이내로 개인 신용대출 취급을 제한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모습. 하나은행은 이같은 조치를 신규, 대환, 재약정, 증액 건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여신의 기한연장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실수요가 연계된 대출과 서민금융대출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2021.08.27. kkssmm99@newsis.com

정옥주 박은비 기자 =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의 증가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다음달 말께 NH농협은행처럼 가계대출 증가한도를 넘어서거나 임박한 은행들이 추가로 나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7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은 6조1000억원으로, 이중 전세대출이 2조8000억원 늘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8월에도 증가추세는 계속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9조967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606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 증가폭은 올 들어 매월 1조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집단대출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54조4798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5454억원 불어났다.

전세자금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가을 이사철을 앞둔데다,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당국과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이 본래 용도와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가계들이 보유한 여유자금은 그대로 놔두고,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의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총량규제 원칙에 따른 가계대출 한도에 다다르는 은행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처럼 신규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은행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월 가계대출 증가 상황도 녹록치 않다"며 "특히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이 늘어나는 추센데 계속 이러한 속도로 가다간 10월 말께 증가율이 목표치까지 차오르는 은행들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을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9월 말까지 전세대출을 중단했다. 또 시중은행들과 저축은행은 이달 중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축소하고,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개인당 최대 5000만원으로 줄이는 등 '대출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관리할 땐,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택해왔다. 실수요가 대부분인 전세대출에 섣불리 손댔다간, '서민들을 월세로 내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별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전세대출 '옥죄기'도 불가피해졌다.

대출중단을 선언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날 수록 긴급생계자금과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실수요자들이 더욱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김선웅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 신용대출 증가 폭이 1주일 사이 6배로 뛰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원으로 지난 20일 이후 7일 만에 2조8820억원 불었다. 이는 직전 1주일 증가 폭(4679억원)의 약 6.2배다. 29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붙은 대출 안내문. 2021.08.29. mangusta@newsis.com
김선웅 기자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 신용대출 증가 폭이 1주일 사이 6배로 뛰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2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원으로 지난 20일 이후 7일 만에 2조8820억원 불었다. 이는 직전 1주일 증가 폭(4679억원)의 약 6.2배다. 29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붙은 대출 안내문. 2021.08.29. mangusta@newsis.com

이에 따라 현재 정치권과 은행권 등에서는 전세자금과 집단대출 등 실수요성이 강한 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거나, 긴급생계자금 목적의 신용대출과 실수요성 주담대의 경우 일정 금액까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과 같이 실수요성 대출의 증가분은 총량 관리방안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또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어느 정도 금액까지는 DSR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본래 가계대출의 관리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또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의 자금용도를 정확하게 가려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 대출규제의 취지는 금리가 오르고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가계가 버틸 수 있도록 관리를 하라는 것인데, 가계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또 현재의 집값 급등에 전세대출이 크게 기여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현 정부의 최대 과제인 집값 안정 기조에도 맞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총량을 관리하면서 어떤 것은 제외한다면 본래 규제 취지가 사라져 버리니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며 "총량 관리를 포기를 하든지, 아니면 총량 내에서 다른 대출을 더 줄이고 전세대출은 그대로 가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 실수요자들을 완벽하게 구별해내기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최대한 실수요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 대책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대출 규제 관련 실수요자 대책에 대해 "가계부채 방안을 보완할 때 같이 들여다보겠다"며 "현재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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