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제일 싼 샤넬…가격 오르자 "중고거래 예약 파기돼"
오늘이 제일 싼 샤넬…가격 오르자 "중고거래 예약 파기돼"
  • 뉴시스
  • 승인 2021.09.0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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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9월1일부로 국내 제품 가격 인상해
가격 4번 올려도 시장 곳곳서 과열 양상
왜 샤넬만…업계 "상징성 대비 허들 낮아"
소비 양극화, 패션업 빈익빈부익부 우려
프랑스 고가 브랜드 샤넬이 한국 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인근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샤넬은 2월에 이어 7월에도 국내 주요 상품의 가격을 올렸다

김정현 기자 = "이번 주말 (중고) 직거래 예약했는데 (가격 인상) 기사 떠서 그런지 어제 예약 파기 당했다."

한 누리꾼이 지난 2일 한 포털사이트 내 가입자 4만3000여명 규모 명품 구매대행 카페 내 샤넬 가격 인상 소식을 전한 글에 남긴 댓글 중 하나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이 1일 국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샤넬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돈다. 백화점엔 개점 전 명품을 사려는 대기 인원이 100명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시장 과열 조짐도 감지된다.

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내 한 샤넬 전문 카페에 지난 2일 기준으로 게시된 전국 주요 백화점 샤넬 '오픈런'(개점 전부터 구입을 위해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현상) 대기 현황에 따르면, 당일 오전 10시43분 기준으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90번대에 이르렀다.

게시글을 올린 카페 운영진은 "어제(1일) 체인 미니백, 체인 지갑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며 "언제 또 올릴지 모르니 구매할 분은 이번이 기회라 생각하고 구매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적었다.

같은 카페에 지난달 26일 게시된 오픈런 현황을 보면, 당일 11시께 누리꾼이 댓글로 "롯잠(롯데백화점 잠실점) 100번대"이라 적었다. "압구정 갤러리아 오후 1시30분 기준 약 110명"이라는 댓글도 보인다. 실제 이들 백화점 앞엔 코로나19 4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달에도 개점 전 줄 선 인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되팔기(리셀), 샤넬과 재테크 합성어 '샤테크' 창구로 꼽히는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샤넬 매물은 넘친다. 지난 3일 오후 10시 기준 중고나라에서 '샤넬'을 검색하면 최근 하루 이내 등록된 매물은 1631건에 달했다. 162건은 이미 판매 완료 상태였다.

프랑스 고가 브랜드 샤넬이 한국 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인근 모습. 앞서 샤넬은 2월에 이어 7월에도 국내 주요 상품의 가격을 올렸다.

불만을 토로하는 글도 보인다. 네이버 다른 명품 구매대행 카페엔 지난 1일 "샤넬 가격 또 인상 ㅠㅠ(눈물)"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누리꾼들은 해당 글에 "진짜 정뚝떨(정나미 뚝 떨어진다)", "무슨 내 주식 수익률보다 좋다", "오픈런해도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오르고 이번생에 샤넬은 포기해야겠다"고 적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지난 1일 화장품 가방, 케이스 등 일부 제품 가격을 6%에서 36%까지 올렸다. '클래식 코스메틱 케이스 체인 폰 홀더'(208만7000원→284만원) 36.1%, '스몰 체인 코스메틱 케이스'(236만5000원→298만원) 26% 등이다.

샤넬은 앞서 1월엔 '19 플랩백' 소재 디자인을 바꿔 629만원에서 643만원으로 조정했다. 2월 트랜디 CC백을 5.9% 올렸고 7월1일엔 클래식백과 보이백 등을 약 8%에서 14%까지 인상했다. 종합하면 올해만 4번째다. 지난해는 5월과 11월 두 차례였다.

지금껏 명품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늘고 매출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샤넬을 사지 않겠다는 반응도 보이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샤넬이 가격을 인상한 7월에도 명품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올해 7월 기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에서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상승해 모든 상품군 중 가장 높았다.

명품 온라인 플랫폼도 과열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일 한 포털사이트 명품 관련 카페 게시글에 적힌 댓글. '이번 주말 (중고) 직거래 예약했는데 (가격 인상) 기사 떠서 그런지 어제 예약 파기 당했다'는 글이 보인다.

대표 업체 머스트잇은 지난해 거래액이 2500억원으로 전년 1500억원 대비 66% 늘었다. 발란은 올해 1월 100억원에서 7월 210억원으로 2.1배 늘었다. 트렌비는 지난해 거래액이 2.5배 상승했다.

최근엔 이들 업체간에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캐치패션' 운영사 스마일벤처스는 최근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3개 회사를 상대로 저작권법위반죄 등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해외 명품 쇼핑몰과 공식 계약을 맺지 않고 '100% 정품'인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상품 정보를 무단 도용했다는 주장이다.

유독 샤넬에 대해 시장과 소비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를 놓고 명품업계에선 상징성과 유명세, 다른 명품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접근성을 이유로 든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줘도 될 가방은 샤넬과 에르메스라 생각한다"며 "에르메스는 구매 실적이 점수처럼 쌓여야 대표 상품 버킨백을 살 수 있는데 샤넬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어 접근성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에 외국 면세점에서 명품을 구입하지 못하게 되자 일어나는 '보복 소비'.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은 꼭 사고 타인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즐기는 '플렉스'(Flex) 문화도 명품 소비를 부추긴다.

명품 구매시 신용카드 할부 헤택이 주어지는 점도 충동, 과잉 소비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샤넬 스몰 체인 코스메틱 케이스.

명품 시장 과열이 소비 양극화, 업계 내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 산자부 올해 7월 자료에서도 전년 대비 명품 매출은 오른 반면 패션·잡화는 5.6% 하락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밸류쳄피언이 올해 1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샤넬 한국 평균 가격 인상폭은 23%로 미국, 호주 등 다른 15개 국가 평균 17%를 웃돌았다. 2019년 8월 652만원이던 '2.55 플랩백'이 올해 1월 864만원으로 32% 인상돼 그 폭이 가장 컸다.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2019년 4월 대비 올해 1월 국내 인상률이 5.14%로 조사됐다. 하지만 200만원 이상 오른 샤넬 '2.55 플랩백'과 달리 유니클로는 400원에서 3000원 사이로 미미했다.

밸류챔피언은 "유니클로는 지난 2년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직격탄을 피할 수 없던 반면 샤넬은 수백만원 가격 인상에도 매출이 증가했다"며 "패션업계 양극화 현상과 우리 사회 빈부격차 문제를 시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샤넬코리아는 이런 시장 과열 현상에 힘입어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제작비와 원재료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하여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한다"며 "이번 조정은 샤넬의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의거하여 진행되며, 브랜드가 운영되는 모든 시장 간 현저한 가격차이를 제한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가격 인상으로 중고 시장이 활발해지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 샤넬코리아 측은 "샤넬은 양보다 질을 중시하기에 구매할 수 있는 진품 샤넬 핸드백의 수는 한정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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