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국내 처음 안과 분야 치료제인 럭스터나 수술적 투여 성공
삼성서울병원, 국내 처음 안과 분야 치료제인 럭스터나 수술적 투여 성공
  • 김민귀 기자
  • 승인 2021.09.09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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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과 분야 세계 유일 유전자 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의 수술적 투여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럭스터나는 'RPE65'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성망막변성 치료제로 지난 2017년 미국 FDA에서 승인받았다.

RPE65 유전자 변이는 망막의 시세포 기능을 떨어뜨리는 '레버선천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PE65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빛이 시신경으로 전달되기 어려워져 심한 야맹증과 시력 저하, 시야 협착 증상이 나타나고 점차 심해져 실명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럭스터나는 인체에 무해하도록 만든 아데노연관바이러스에 RPE65 정상 유전자를 복제한 뒤 환자 망막에 투여해 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가 작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상진 교수팀은 지난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럭스터나를 20대 여성 레버선천흑암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생후 5개월 무렵 처음 저시력증 진단을 받았다. 창문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고 한다. 실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 수술 전 시력은 양안 모두 0.1 이하로 안경 등의 도움을 받아도 더 이상 시력을 교정하는 건 어려웠다. 시야도 매우 좁아 중심부 아주 일부 시야만이 남아 있고 이마저도 점차 좁아지고 있었다. 간신히 사물을 구별하는 정도였다. 극심한 야맹증으로 해가 지면 바깥 출입은 아예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의료진은 유전 진단을 통해 환자의 RPE65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럭스티나는 미국, 유럽 여러 나라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김 교수는 럭스터나 판권을 가진 노바티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었다.

수술 후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평가하는 방법도 김 교수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직접 만들었다.

환자는 수술 후 시력도 다소 좋아지고 시야도 넓어졌다. 가장 중요한 야맹증 증상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럭스터나 투여 전 검사에서는 150럭스 (lux)까지 조도를 올려야 화살표를 따라 길을 찾아 걸을 수 있었으나 수술 후 훨씬 낮은 밝기인 10럭스 조도에서 스스로 화살표를 보며 길을 찾아 검사를 통과했다.

150럭스는 맑은 날 해 뜨기 30분 전 정도의 밝기이고, 10럭스는 도시에서 해가 지고 한 시간 정도 후의 밝기다. 일상 생활을 위한 야간 시기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환자는 수술 한달여 후 "세상이 이렇게 환한 줄 미처 몰랐다"며 "평소 영화관을 가고 싶었지만 용기 내지 못했는데 혼자서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선 안과 의사들도 유전성망막변성은 불치의 병이라고 단정하고 유전 진단을 시도하는 것조차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아직은 한 가지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만 나와 있지만, 수년내 여러 유전자 치료제들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정책적 배려가 더해진다면 해당 환자들에겐 말 그대로 한줄기 빛이 돼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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