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치료제 개발 본격화…국내 바이오株 운명은
먹는 치료제 개발 본격화…국내 바이오株 운명은
  • 뉴시스
  • 승인 2021.11.09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이자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픽스로비드' 임상 긍정적
관련주 줄줄이 급락…삼바 5%↓·셀트 6%↓·SK바사 14%↓
미 제약사 머크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미 제약사 머크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김경택 기자 =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얻으면서 국내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휘청였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5% 안팎의 약세를 나타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14% 넘게 급락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1000원(4.75%) 내린 8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은 1만2000원(5.74%) 내린 1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가 2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5월 4일 이후 약 1년 6개월만이다.

그외 셀트리온헬스케어(-6.12%), 셀트리온제약(-5.82%) 등 셀트리온 3인방이 동반 부진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14% 넘게 떨어졌다.

바이오 대형주들이 동반 급락한 것은 화이자가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전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체인저'로 여겨지는 먹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국내에서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에 대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화이자는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입원과 사망의 중증화 위험을 거의 90% 감소시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화이자에 따르면 회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증상이 발현된 지 3~5일 지난 환자 중 경미하거나 온건한 증상을 보이지만 비만, 당뇨 등 입원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775명에게 팍스로비드를 투약했고 가짜 약을 먹은 대조군과 한 달 뒤 비교에서 중증화 위험을 8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치료제 관련 노이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에도 미국 제약사 머크가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자 셀트리온을 비롯해 국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기업들에 부정적인 주가 흐름이 나타났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얻었고 미국, 유럽연합 등의 보건 당국에 사용 신청이 들어가 검증 중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단기 임상 데이터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임상) 데이터만으로 내년, 내후년, 그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 판단하는 게 의미가 있을 지에 대해서는 예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과학적 근거를 갖고 산업을 보는 입장에서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특히 센티멘털에도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단기적인 주가를 보고 미래를 판단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1일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LANCET Microbe'에 개재된 논문에 따르면 백신 미투약 확진자는 코로나19 감염 후 발생한 자연 면역이 빠르게 약화돼 재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됨에 따라 재감염이 점점 더 일반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며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선 치료제에 앞서 백신 접종을 가속화해야 하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과학적 데이터로 산업을 보는 입장에서 ▲백신 투약률 그래프 ▲중증 및 사망률 그래프 ▲백신 미투약 확진자의 재감염율 등을 보며 대응하는 것을 권장한다"면서 "승인 등으로 계속 이어질 경구용 치료제 이벤트에 특히 백신 미투약 확진자의 재감염율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먹는 형태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40만4000명분의 선구매 계약을 이달 안으로 완료하고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