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빈 기자 = 세계 최고 콘텐츠 회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의 OTT(Over the Top) 플랫폼 디즈니플러스(+)가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OTT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최강자로 군림하고, 아마존프라임비디오·왓챠·웨이브·티빙·애플TV+ 등이 포진한 '1강다약' 구도다. 국내 OTT 업체는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인데다가 넷플릭스가 선점한 콘텐츠 양과 질에 밀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디즈니+라면 현재 '넷플릭스 체제'를 충분히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이제 만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간 영화와 TV로 축적한 콘테츠의 양은 물론이고 질적인 면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 2년만에 구독자 1억1600만명
일례로 10월 현재 넷플릭스 전 세계 구독자수는 2억1400만명이다. 2007년 서비스 시작 이후 약 15년 간 쌓아올린 실적이다. 그런데 디즈니+는 단 2년 만에 구독자 1억1600만명을 끌어모은 상태다. 그만큼 디즈니+가 가진 콘텐츠의 힘이 강력하다는 의미다. 국내 OTT 업체 관계자는 "국내 OTT 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 OTT 시장이 넷플릭스와 디즈니+ 2강 체제라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마블+스타워즈+디즈니+픽사+내셔널지오그래픽
디즈니+의 성공을 이처럼 단언하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콘텐츠가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우선 마블 시리즈가 있다. 마블은 현재 전 세계 영화계의 가장 강력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로 손꼽힌다. 마블 영화 전 시리즈를 디즈니+에서 볼 수 있고, 앞으로 나올 모든 마블 콘텐츠를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그 어떤 OTT 플랫폼도 가질 수 없는 자산이다.
게다가 마블스튜디오는 '완다 비전' '팔콘 앤 윈터솔져' '로키' 등 마블 시리즈 일부를 TV 드라마로 제작해 내놓고 있다. 마블 영화·드라마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돼 있어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TV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를 이해하려면 디즈니+를 구독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제공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마블 마니아라면 기꺼이 돈을 낼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마블 영화 흥행 성적이 좋은 곳"이라고 했다.
◆어린이를 위한 OTT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충분히 대적할 수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어린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이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 충분한 것 뿐만 아니라 성인용 콘텐츠 역시 다수 포진해있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선 모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즈니+를 구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OTT업체 관계자는 "성인 콘텐츠보다는 어린이용 콘텐츠가 많다는 게 디즈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디즈니+의 한국 콘텐츠 물량 공세
디즈니+가 서비스 시작과 함께 한국 콘텐츠 7편을 공개하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사업총괄은 지난달 14일 "한국은 유행 콘텐츠를 결정하는 트렌드 세터로서 K-컬처의 힘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몇 년간 세계 최고 콘텐츠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나왔다"며 "향후 몇 년 간 한국 콘텐츠에 대대적으로,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 기지로 한국을 거점 삼아 아시아 시장 전체에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하겠다는 의미다.
우선 약 500억원을 투입한 한국형 히어로물 '무빙', '비밀의 숲' 등을 쓴 이수연 작가의 신작 '그리드', 강다니엘이 주연을 맡은 '너와 나의 경찰수업', 블랙핑크의 지수와 배우 정해인이 호흡을 맞춘 '설강화', 동명 네이버 웹툰인 원작인 '키스 식스 센스' 등이 대기 중이다. 앞서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2023년까지 아태지역에서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투자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콘텐츠 양을 볼 때 3년 간 수천억원을 쓴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13년 경력의 국내 드라마 제작사 PD는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돈 싸움도 볼 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