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수면 24시간 주기성 조절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 발견
국내 연구진, 수면 24시간 주기성 조절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 발견
  • 김민귀 기자
  • 승인 2021.11.2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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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과 이종빈·임정훈 교수팀이 잠을 비정상적으로 적게 자는 '부지런 초파리'에서 '탱고10'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신경생물학적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탱고10 유전자가 고장 나면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가 흥분 상태를 유지해 수면의 주기성이 방해받는다.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는 24시간 주기 정보를 뇌 속 다른 신경 세포에 전달해 모든 신경세포가 동일한 주기를 갖도록 하는 신경세포다.
 
임 교수 연구팀은 10년 전 노랑 초파리 돌연변이체 탐색 중 탱고10 유전자에 변이가 나타난 부지런(busy-run) 초파리를 발견했다. 잠을 매우 적게 자는 특성 때문에 한국어의 '부지런하다'를 어원으로 이 돌연변이 초파리의 이름을 지었다.
 
실험 결과, 이 돌연변이 초파리의 페이스메이커 신경 세포는 생체시계를 동기화하는 기능이 망가져 있었다. 24시간 주기로 보여야 하는 신경 말단의 모양 변화(신경 가소성)가 없었으며, 신경세포의 흥분성도 과다하게 증가해 있었다.

연구진은 탱고10 유전자가 단백질 유비퀴틴화를 매개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의 기능과 수면 조절에 관여한다고 밝혔다. 단백질 유비퀴틴화는 쓸모가 다한 단백질을 분해하는 반응이다.
 
이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인 탱고10-쿨린3 단백질 복합체도 찾아냈다. 쿨린3는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이는 작용으로 널리 알려진 효소다. 이 단백질 복합체는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 말단에 24시간 주기로 축적돼 있었다.
 
제1저자인 이종빈 박사(UNIST 생명과학과 연구교수)는 "이 같은 실험 결과는 탱고10-쿨린3 복합체가 시냅스(신경세포끼리 연결되는 부분)에서 단백질 유비퀴틴화를 조절함으로써 수면주기를 결정하는 시간 정보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새로운 생체리듬 조절 모델도 제시했다. 탱고10 유전자가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제어하고, 이 흥분성을 통해 시간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조절 펩타이드인 PDF의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수면과 같은 24시간 주기성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임정훈 교수는 "생체시계를 돌리는 톱니바퀴(기어) 역할 유전자는 이미 노벨상 수상 연구 등을 통해 상당수 밝혀졌다"며 "이번에 발견된 탱고10 유전자는 이 톱니바퀴가 돌아가 실제로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또 "탱고10-쿨린3에 의해 실제로 분해되는 표적 단백질을 찾고, 인간의 일주기 수면 장애와의 관련성을 추가적으로 규명한다면 수면 장애 치료 등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라비 알라다 교수팀과 공동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1월23일자로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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