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돈' 수익형 부동산에 몰린다[새해 부동산 어디로④]
'갈 곳 잃은 돈' 수익형 부동산에 몰린다[새해 부동산 어디로④]
  • 뉴시스
  • 승인 2022.01.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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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단 주택 규제로 수익형 부동산 거래량·수익률 '증가'
집값 급등에 아파트 대체재 '오피스텔'에 투자 수요 집중될 듯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경기 회복 기대감에 수요 ↑
"수익형 부동산 경기에 민감"…입지여건·호재 꼼꼼히 따져야
 조성우 기자 = 하남시 주거용 오피스텔 밀집 지역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주택에 집중되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파트 신규 공급이 줄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는 오피스텔 등 업무·상업용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아파트 등 주택 위주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 규제로 기존 주택 거래가 경색되면서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업무·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잔뜩 움츠렸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사상 최대 거래 규모를 경신했고, 5대 광역시의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거래량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규제 '반사이익'…수익형 부동산 거래량·수익률 모두 증가

지난해 업무·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늘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2월 28일 기준 업무·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총 6만330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6만148건)와 비교해 5.3% 증가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올해 5만9103건 거래돼 지난해(5만6368건)보다 4.9% 늘어났다. 사무실 등 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4206건으로, 지난해(3780건)에 비해 11.3% 증가했다.

지난해 5대 광역시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금액도 급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금액은 27조59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20조8631억원) 기간보다 32%(6조7327억원) 증가한 수치다.

거래금액은 부산이 6조853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구(4조1675억원) ▲대전(2조4788억원) ▲경남(2조960억원) ▲광주(1조755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건축물 용도별로 다양한 업종이 입점 가능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9조6636억원)과 제1종 근린생활시설(8조1262억원)의 수요가 뚜렷했다. 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앞두고 숙박시설(4조6424억원)에도 투자가 늘었다.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도 회복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울산(0.8%→1.88%), 제주(0.52%→1.44%), 경남(0.77%→1.56%)의 집합 매장용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1.08%p(포인트), 0.92%p, 0.79%p 올랐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0.16%p다.

투자수익률도 상승했다. 전국 수익형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코로나19 대유행이었던 지난 2020년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27%, 1.15%를 기록했다. 이후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2분기 1.78%로 상승했고, 3분기에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영향으로 1.61%로 소폭 낮아지기는 했으나, 2020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 및 3.3㎡ 당 매매가격 추이.

◆올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대체재 오피스텔에 수요 집중

올해는 상업·업무용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도 누적과 청약 시장과 과열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또 올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든 것도 한몫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지난해(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9년(4만9359가구)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한 수준이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투자 광풍을 주도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낮은데도, 수도권에 분양한 주거형 오피스텔의 청약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다. 실제 지난해 11월 3일 청약을 접수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오피스텔은 1312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96실 공급하는데 12만5919명이나 몰렸다.

또 전날 분양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청약에서도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나 몰려 청약경쟁률이 1398대 1이나 됐다. 주변 아파트 분양가보다 2배 이상 높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역대 가장 높은 오피스텔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거형 오피스텔 청약 과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허용면적을 기존 전용 85㎡ 이하에서 전용 120㎡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또 주거형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당첨 후 명의 이전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유권 이전 등기 전 전매가 가능한 100실 미만의 단지를 중심으로 투기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주거형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난해 집값 급등과 아파트 신규 공급 부족, 정부의 잇단 규제로 등이 맞물리면서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신규 아파트 공급 가뭄이 이어지면서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정부가 주택 공급 총량만을 늘리기 위해 일부 규제를 풀어주면서 오피스텔을 향한 수요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기 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매 제한 無·LTV 70%·주택 수 제외…"경기회복 기대감 커져"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가 누적과 정부의 잇단 규제 등의 영향으로 올해도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나 빌라 등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수요가 수익형 부동산으로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가나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은 전매 제한이 따로 없고, 양도소득세나 취득세 등 다주택자 세금 중과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점도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들이다. 실제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아파트 등 주택에 대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70%까지 나오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위드 코로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 영향을 가장 먼저 받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잇단 주택 규제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면서 과열되고 있다"며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수익률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당분간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수익형 부동산은 경기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심하고, 주택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수익형 부동산은 규격화된 아파트 등 주택과 달리 건물 상태, 입지 여건 등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다니며 꼼꼼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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