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의 일방통행…"전 앞뒤 안 보고 달려들어요"
조진웅의 일방통행…"전 앞뒤 안 보고 달려들어요"
  • 뉴시스
  • 승인 2022.01.09 0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경관의 피' 형사 박강윤 맡아

손정빈 기자 =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에서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은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 없다고 믿는다. 수사하는 데 필요하다면 경찰 윗선에서 주는 출처 불명의 돈을 받기도 하고, 여차하면 마약상에게도 손을 벌릴 수 있는 인물이다. 거악(巨惡)을 잡기 위해 소악(小惡)을 자처한다. 그는 절차적 정의를 말하는 부하 최민재에게 이렇게 말한다. "범죄를 수사하는 일에 위법한 건 없다."

말하자면 박강윤은 지극히 영화 속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다. 흥미로운 인물이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캐릭터에 현실성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기 어려질 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평범한 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았을 때 얘기다. 배우 조진웅(46)이 하면 그런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그에겐 대사 한 마디 없이 서있는 것만으로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확 빨아들이는 재주가 있다.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조진웅은 "실제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언밸런스한 캐릭터였다"며 엄살을 부렸다. 날이 서있고 빈틈 없는 박강윤이라는 인물이 평소 실제 그의 모습과 많이 달라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전 평소엔 츄리닝 입고 다녀요. 슈트를 그렇게 쫙 빼입고 다니지 않거든요. 그게 적응될 만하니까 촬영 끝나더라고요." 하지만 조진웅은 이내 자신에게도 박강윤 같은 면이 있다고 실토했다. "연기할 때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연기할 땐 제가 앞뒤 안 보고 끝까지 가거든요. 박강윤도 그렇잖아요. 전 그렇게 연기를 안 하면 연기를 한 것 같지가 않아요."

영화 '경관의 피'의 한 장면. 

조진웅은 형사 역할을 자주 했다. 드라마 '시그널'(2016)이 대표적이고, '사라진 시간'(2020) '독전'(2018)에서도 그는 경찰이었다. 조진웅은 '경관의 피'의 박강윤이 앞서 연기한 형사들과 다른 점을 "관객을 속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관객과 심리전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박강윤이 실제로 부패·비리 경찰인지 관객이 의심하는 데서 발생한다. 박강윤은 러닝 타임 내내 선도 악도 아닌 정확히 그 경계선 위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박강윤의 정체를 확신하지 못한다. 감독의 연출과 조진웅의 연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게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말 매일 고민했어요. 감독님과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죠. 요새 관객이 어떤 관객입니까. 이게(박강윤의 정체) 드러나면 영화 자체가 무너지니까, 계속 논의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갈리고 있지만, 조진웅의 연기에 대해서 대체로 비슷한 얘기들을 한다. 이번에도 역시 캐릭터와 착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조진웅은 이런 평가에 대해 "그 말을 듣기 위해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조진웅은 지난 2년 간 딱 한 작품에 출연했다. 2020년에 나온 영화 '사라진 시간' 한 편이었다. '경관의 피'를 비롯해 다른 작품 촬영 중에 있었기 때문에 활동이 뜸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2013년 이후 한 해 서너편의 영화에 나오던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 사태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경관의 피' 개봉이 감격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무대 인사 하는 데 울컥하더라고요. 2년만이었어요. 관객이 참 소중하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관객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광대짓 하고 배우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올해 첫 번째 한국영화를 선보인 조진웅은 올해 목표는 "코로나가 없어지는 거다. 지겨워 죽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