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아들' 황인범, 떠나는 순간까지 '대전 사랑'
'대전의 아들' 황인범, 떠나는 순간까지 '대전 사랑'
  • 뉴시스
  • 승인 2019.02.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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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태어나 대전 유소년 시스템 거쳐 프로 데뷔
"집 같은 구단, 언젠가는 꼭 돌아올 것" 포부
"경영 면에서 건강한 개선 이뤄져야" 충언도.
황인범이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적 미디어데이에서 김호 대전 사장에게 상을 받고 있다.
황인범이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적 미디어데이에서 김호 대전 사장에게 상을 받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대전시티즌의 황인범(23)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향 팀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따끔한 충언도 잊지 않았다. 

황인범은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 이적 미디어데이에 출석해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1996년 대전광역시에서 태어나 대전 문화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 유소년 시스템(유성중, 충남공고)을 거쳐 지난 2015년 대전에 신인 우선지명으로 입단했다. 

데뷔 시즌부터 대전의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지난해에는 아산 무궁화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 병역 특례로 조기 전역해 대전으로 복귀했다. 통산 기록은 106경기 출전 16골 13도움이다.

한국에서 지역 토박이가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통해 프로에 데뷔해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쉽지 않은 만큼 이렇게 성장한 선수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큰 사랑을 받는다. 영국 리버풀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주장까지 맡았던 스티븐 제라드나 3대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에서 뛰는 말디니 가문이 밀라노에서 추앙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인범이 꼭 그렇다. 이날 황인범의 이적을 배웅하기 위해 수백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일부 팬들은 황인범의 응원가를 부르며 그의 이적을 축복했다. 

황인범도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대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대전 구단은 집 같은 곳"이라면서 "이 자리가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더 멋진 모습으로 이곳에 돌아올 수 있도록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면서 훗날을 기약했다.

그는 또 대전의 유일한 영구결번자(18번)인 김은중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를 예로 들면서 "김은중 코치가 은퇴 경기를 하는 걸 보면서 '저런 모습이 선수로서 성공의 길이 아닐까' 싶었다"면서 "나중에 돌아올땐 김은중 코치보다도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6번이라는 등번호가 영구결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영예인 영구결번을 대전에서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적 결정에도 대전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는 유럽에서 온 오퍼들을 거절하고 가장 좋은 이적료를 약속한 밴쿠버를 선택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전 역사상 가장 많은 이적료로 알려졌다. 그는 "이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지만, 구단의 기준에 맞춰줄 수 있는 팀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애착이 깃든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황인범은 "구단 분들은 제가 아직 어려서 모든 부분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22년의 시간 동안 대전이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지 알고 있다.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경영 면에서 건강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이적으로 대전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갱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과연 윈-윈이 될 수 있는지, 구단이 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그 예산이 대전 선수들과 팬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도 "고종수 감독님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사랑과 힘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황인범은 오는 15일 미국으로 출국, 밴쿠버의 로스앤젤레스 전지훈련에 참가한다. 이르면 16일 LA 갤럭시와 친선경기에서 미국 무대 첫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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