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방치된 PC "내것" 정경심…대법원 생각은 달랐다
3년 방치된 PC "내것" 정경심…대법원 생각은 달랐다
  • 뉴시스
  • 승인 2022.01.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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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대 PC' 증거능력 인정한 대법원
조교가 제출…입시비리 증거 발견돼
"압수수색 시점으로 판단" 기준 제시
"檢 가져가기 전까지 대학 소유·관리"
전진환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9년 10월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10.23. amin2@newsis.com
전진환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9년 10월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10.23. amin2@newsis.com

김재환 기자 = 자녀 입시비리 혐의의 핵심 단서가 나온 동양대학교 PC의 실질적 소유·관리자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제3자가 제출한 증거를 분석할 때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는 실질적 소유·관리자는 '압수수색 당시'를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동양대 PC는 3년 가까이 방치돼 있었고, 정 전 교수는 과거에 잠깐 사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압수·분석에 참여하지 않아도 적법한 증거라는 것이 대법원 결론이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1061여만원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 판결의 핵심 쟁점은 동양대 PC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였다. 검찰은 해당 PC에서 딸 조모씨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관련 자료, 호텔 인턴십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등 입시비리 혐의 핵심 증거를 발견했다.

정 전 교수와 검찰 양측은 동양대 PC가 압수될 당시 누구의 소유·관리 하에 있었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PC를 발견한 뒤 대학 조교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다. 이후 조교 등에게 분석에 참여할 것인지 의사를 물었으나 '하지 않겠다'는 답을 듣고 탐색해 증거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 전 교수 측은 해당 PC의 실제 소유주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압수·분석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1·2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 심리가 진행되던 지난해 11월 '제3자 임의제출 증거'의 압수·분석 참여권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례가 나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전합 판례는 제3자가 임의제출한 PC 등을 분석할 때는 그것을 실제로 소유했던 실질적 피압수자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추상철 기자 =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정 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에 출석 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했다. 2022.01.27. scchoo@newsis.com
추상철 기자 =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정 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에 출석 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확정했다. 2022.01.27. scchoo@newsis.com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재판부가 검찰이 동양대 PC를 압수·분석할 때 실질적 피압수자를 정 전 교수로 보고 참여권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전합 판례를 적용,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동양대 PC가 압수될 당시 소유·관리자가 정 전 교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전합 판례가 적용될 수 있는 기준과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수사기관이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는 소유·관리자가 누구인지 판단하기 위해선 '압수수색이 이뤄지던 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거나 그 직전까지 PC 등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안에 있는 대부분의 전자정보를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만이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동양대 PC의 경우에는 대학이 지난 2016년부터 검찰에 의해 압수되기 전까지 약 3년 동안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은 해당 PC를 다른 강사들도 쓰도록 공용으로 하거나 교체·폐기하는 등의 관리·처분권도 갖고 있었으므로 PC는 정 전 교수가 아닌 대학의 소유·관리에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과거에 PC 등을 이용했거나 안에 있던 전자정보를 만든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참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동양대 PC에는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에 관한 행적이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 전 교수를 PC의 소유·관리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으로선 압수수색을 진행할 당시 겉으로 드러나는 소유·관리자가 누구인지 판단해 압수·분석의 참여권을 제공하면 된다고 했다. 법적으로 PC 등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뒤늦게 자신의 참여권을 주장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취지다.
 

김병문 기자 =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1차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1.12.24. dadazon@newsis.com
김병문 기자 =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1차 공판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1.12.24. dadazon@newsis.com

수사 중이던 혐의와 관련이 있는 증거만 압수할 수 있다는 전합 판례에 비춰봤을 때, 검찰의 동양대 PC 압수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도 나왔다. 전합은 수사기관이 PC 등을 압수한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당시 검찰은 정 전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으며, 이는 동양대 PC에서 발견된 증거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밖에 재판부는 압수수색을 할 때 영장의 사본을 제시해도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 요건을 내놨다.

검찰은 정 전 교수의 계좌추적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먼저 금융기관에 보내 자료를 선별한 뒤, 최종적으로는 영장 원본을 집행해 자료를 확보했다.

정 전 교수 측은 대법이 지난 2019년 압수수색을 할 때는 반드시 영장의 원본을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한 점을 근거로 검찰이 위법한 압수수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압수할 자료를 선별할 목적으로 영장 사본을 제시한 것은 위법한 영장 집행이 아니며, 최종적으로 영장 원본이 제시돼 압수가 이뤄진 이상 사본을 먼저 제시한 것은 예외적인 집행 방법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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