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거, 혈당 측정 지표 당화혈색소 수치 개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거, 혈당 측정 지표 당화혈색소 수치 개선
  • 최민규 기자
  • 승인 2022.02.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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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거하면 혈중 포도당의 평균치를 추산할 수 있는 혈당 측정 지표인 당화혈색소 수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공동 제1저자 김원석 전문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용훈 교수)은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혈당 변화를 최장 5년에 걸쳐 장기간 추적 관찰해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와 비제균 환자군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염이나 기능성 소화불량증, 소화성궤양, 악성 위점막 림프종 등을 일으키고, 특히 암으로 되기 쉬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의 발생에 영향을 미쳐 위암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 헬리코박터균은 서식지인 위장에 악영향을 주는 것 외에도 전신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산과 분비를 촉진해 대사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면역물질로 세포의 증식, 분화, 사멸, 상처 치료 등에 관여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거하는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치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감소하며 혈당 조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헬리코박터 음성 환자군이나 제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했다. 이런 집단 간 차이는 연구에서 제시한 최대 기간인 5년 후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제균 치료에 따른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집단이 ‘65세 미만’과 ‘남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65세 이상에선 헬리코박터 이외에 노화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비롯해 위암과 대사증후군에 취약하기 때문에 제균 치료의 이점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위장 병변을 예방하고 위암 수술 후 사망률을 낮추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간 혈당 장애가 개선되는 이점을 추가적으로 규명했다”며 “특히 65세 미만의 대사 질환이 있는 남성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헬리코박터 검사와 제균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 간 연관성을 규명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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