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빌리들, 다시 만나자!"…역대 빌리 13명 '홈커밍데이'
"미래 빌리들, 다시 만나자!"…역대 빌리 13명 '홈커밍데이'
  • 뉴시스
  • 승인 2022.02.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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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연·2017년 재연 그리고 세 번째 시즌
1·2대 빌리 "꿈에 확신…인생 바꾼 소중한 경험"
이번 시즌 13일 막내려…"5개월여간 한층 성장"
(왼쪽 시계방향부터)김현준, 성지환, 천우진, 심현서(2대 빌리), 임선우, 박준형, 정진호, 이지명, 김세용(1대 빌리), 전강혁, 이우진, 김시훈, 주현준(3대 빌리).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왼쪽 시계방향부터)김현준, 성지환, 천우진, 심현서(2대 빌리), 임선우, 박준형, 정진호, 이지명, 김세용(1대 빌리), 전강혁, 이우진, 김시훈, 주현준(3대 빌리).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강진아 기자 =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 아트센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전막 무대가 끝난 후 다시 한번 막이 올랐다. 이날 단 하루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커튼콜, 역대 빌리들이 한자리에 모인 '홈커밍데이'다.

"설명할 수 없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 느낌 말로 할 수 없어요…(중략)…저 새들처럼 높이 날아오르듯 짜릿한 그 느낌. 불꽃 튀듯이 전기가 흘러, 자유를 얻죠."

한줄기 조명이 비추고, 이날 공연의 '빌리'로 나선 전강혁을 포함해 주현준, 이우진, 김시훈까지 한 명씩 등장하며 노래를 함께 부른다. "빌리, 춤출 때 어떤 기분이 들지?" 물음에 답하는 대표 넘버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다. 잔잔한 음악은 이내 빠르게 변하고 1, 2대 빌리들이 무대 옆에서 점프하며 높이 날아올랐다.

훌쩍 커버린 1, 2대 빌리는 텀블링과 빠른 회전 동작 등 여전히 날렵한 몸놀림을 보였다. 현 빌리와 1, 2대 빌리들이 무리 지어 교차하면서 아크로바틱과 발레 등 역동적이고 화려한 군무로 무대를 수놓았다. 13명의 빌리가 무대를 꽉 채우는 마지막 순간, 12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벅찬 뭉클함은 노랫말처럼 '전기가 흐르는' 짜릿함을 안겼다.

'마이클' 네 명까지 더해진 두 번째 무대 '익스프레싱 유어셀프(Expressing Yourself)' 역시 탭댄스로 흥겨움을 더했다. 나란히 서서 탭댄스를 펼치는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짧지만 강렬한 무대에 객석에서도 환호와 우렁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두 하나 되어 또다시 기적을 만들었어요. 1대, 2대, 3대의 페이지가 함께 넘겨지는 것 같아 감격스러워요. 훗날 50명의 빌리, 100명의 빌리, 1000명의 빌리가 이 무대에 서는 날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소회를 전하는 빌리들의 떨림과 먹먹함이 공연장을 메웠다.

◆2010년 초연 이후 14명 빌리 탄생…"역대 빌리 공연, 현실 돼 기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빌리 엘리어트'가 초연한 2010년부터 두 번째 시즌인 2017~2018년 그리고 2021~2022년 세 번째 시즌까지, 12년 세월 속에 총 14명의 빌리가 탄생했다.

만 8~12세, 키 150㎝ 이하, 변성기가 오지 않고 춤에 재능 있는 남자 어린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만 하기에 인생에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다는 빌리. 그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1대 빌리 김세용, 박준형,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와 2대 빌리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천우진이 3대 빌리와 함께했다. 뉴질랜드에 거주 중인 2대 빌리 에릭 테일러는 아쉽게 참여하지 못했다.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빌리들은 한 무대에서 춤추는 날을 꿈꿔왔다며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세용은 "항상 1대 빌리끼리 역대 빌리가 함께하는 특별 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현실이 돼 기쁘고 얼떨떨하다. 망설임 없이 참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5일 전까지 현역 병사였던 박준형은 "가슴이 철렁했다. 8일에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역대 빌리가 모여 공연하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이뤄질지 상상도 못 했다"고 기뻐했다.

빌리들은 하던 일을 제치고 성큼 한달음에 달려왔다. 너나 할 것 없이 외국 역대 빌리들의 합동 공연 영상을 보면서 수없이 상상했던 일이었다. 소식을 듣고 처음엔 믿지 못하기도 했다. 1대 빌리들은 "실화야? 에이 꿈 아니야?"라며 서로 되물었다. 2대 빌리들은 "너무 놀랍고 행복했다"고 했고, 3대 빌리들은 "우와~ 대박"을 거듭 외쳤다.

2010년 연습 중에 우연히 '영국 빌리 5주년' 기념 영상을 봤던 정진호는 당시 크게 감동했다고 떠올렸다. 1대 빌리 중 유일하게 무용·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그는 2, 3대 빌리를 보며 언젠가 다가올 이날을 위해 발레, 아크로바틱 등을 다시 배우기도 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이 올라올 때마다 기대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12년의 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해요. 한번 졸업한 빌리는 공연을 다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관객들도 그 빌리의 공연을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죠. 이번 단 하루만큼은 빌리로 다시 무대에 서게 돼 정말 행복하고 영광이죠."

2대 빌리 김현준은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라며 "얼른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했다. 모든 빌리가 다 제 마음과 같았나 보다"고 말했다. 성지환도 "빌리가 끝나고 생각지 못했는데,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어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고 전했다.

◆웃음소리 끊이지 않은 연습실…1·2대 빌리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지난달 13일 첫 연습에선 가능한 동작과 특이사항을 체크한 뒤 안무와 동선 연습이 이어졌다. 몇 년 만에 해보는 안무였지만 음악을 듣자마자 1, 2대 빌리는 금방 몸의 감각을 되찾았다. "막상 해보니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아직 살아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지명은 "12년 만에 빌리의 노래와 춤으로 무대 위에 서니 짜릿했다. 그 감각이 몸 안에 그대로 남겨져 있어 신기했다"고 했고, 임선우도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니까 마치 12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수없이 반복했던 동작들, 다시 춤추면서 기분이 묘했다"고 밝혔다.

현 빌리에게선 자신의 옛 모습이 겹쳐 보였다. 2대 심현서는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 몸이 기억했다. 지금 빌리들의 공연을 봤는데 그 뒷모습이 제 실루엣처럼 보여서 굉장히 울컥하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천우진도 "3대 빌리의 밝고 활발한 에너지가 옮겨왔다. 오랜만이라 부담감도 있었는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잊고 있었던 그때의 빌리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습실도 파티장 같은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처음 호흡을 맞췄다기엔 "거짓말 같았다"며 남다른 합을 자랑했다. 1년여간 3차에 걸친 오디션을 비롯해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 현대무용, 노래, 연기 등 빌리 스쿨에서 2년여간 집중 연습한 빌리들에겐 어찌 보면 당연했다.

3대 빌리 이우진은 "최고였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형들은 빌리 무대를 떠난 지 진짜 오래됐는데, 안무도 다 기억하고 그때의 감정을 춤추면서 그대로 보여줬어요.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기에 나 말고 12명이 있다는 느낌에 연습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죠. 이 특별한 무대는 관객뿐만 아니라 제게도 큰 선물이에요."

주현준도 "열정적인 빌리와 마이클이 17명이나 모이니까 연습실 공기도 17배는 뜨거워졌다"며 "마음속 깊이 용암처럼 뜨거웠고 기분은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처럼 매우 시원하고 짜릿했다"고 웃었다.

◆발레리노·배우 등 꿈 향해 한 걸음씩…"빌리, 인생의 큰 선물"

누군가는 발레리노로, 누군가는 배우로 각자 꿈을 향해 내디디고 있다. 빌리가 탄광촌에서 발레를 꿈꿨듯, 이들도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길목에서 만났던 빌리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큰 선물"이었다.

1대 임선우와 김세용은 발레리노가 됐고, 2대 김현준이 발레를 전공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임선우는 "12년 전, 꿈을 포기 않고 노력한 빌리처럼 저 역시 끝까지 달려가 멋진 발레리노가 될 거라고 다짐했다.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늘 다시 일어설 힘이 돼준 건 빌리였다"고 돌아봤다. 현재 다리 부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잘 견뎌내 다시 무대에서 마음껏 춤추겠다고 약속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홈커밍데이 공연 사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세용도 "제 꿈에 확신을 줬던 작품"이라며 "빌리의 춤에 대한 열망과 간절함이 제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공연했을 때 기억이 매 순간 동기부여가 됐고, 발레리노로서 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무용수로서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빌리 스쿨로 발레를 접한 김현준은 작품이 끝난 후에도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제 발레는 제 인생의 일부분"이라며 "저의 시간은 빌리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로 나뉜다. 그야말로 제 인생이고, 큰 모험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1대 박준형과 이지명, 2대 심현서와 천우진은 빌리를 디딤돌로 연기의 길을 걸어간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박준형은 "빌리가 제 인생을 바꿔놨다. 춤도, 노래도, 연기도 사랑하게 해준 효자"라고 했고, 뮤지컬 '창업'에 이어 '싯다르타' 공연이 예정된 이지명은 "가야 할 길을 열어줬다.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작품"이라고 했다. 심현서는 곧 드라마 '돼지의 왕'으로 인사할 예정이다.

'춤추는 경제학자'가 되겠다던 정진호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앞으로 빌리처럼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을 만큼 값진 경험이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예술경영인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또 회계, 재무쪽에 관심이 생겨 작년엔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응시했다. 빌리는 제 꿈들의 시작점이자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이정표"라고 밝혔다.

◆세 번째 시즌 13일 폐막…"4대 빌리와 하는 '홈커밍데이' 기대"

이번 시즌은 오는 13일 막을 내린다. 3대 빌리들은 지난해 8월31일 첫 공연 이후 다섯 달 넘게 빌리로 살아오며 어느새 한 뼘 더 성장했다. 이우진은 "후회도 미련도 없이 빌리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제게 최고의 작품"이라고 했고, 김시훈은 "첫공 후 성장하겠다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며 마지막 공연까지 집중하겠다고 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홈커밍데이'. 역대 빌리들과 이번 시즌 마이클.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홈커밍데이'. 역대 빌리들과 이번 시즌 마이클.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2022.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빌리처럼 발레리노를 꿈꾸는 전강혁은 이번에 선화예중 무용과에 입학한다. "빌리를 하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빌리는 제게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상' 같다"며 "학교에서 다시 열심히 배우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주현준은 "빌리는 제게 많은 깨달음을 준 존재"라며 "곧 빌리를 보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남은 시간 동안 후회 없이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이제는 4대 빌리들과의 만남을 또 한 번 꿈꾼다.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언제든 불러만 달라"며 기대감을 안고 모두 흔쾌히 달려오겠다고 했다.

임선우는 "4대뿐만 아니라 5대, 6대, 7대 많은 빌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언젠가 성인 빌리 역으로 무대에 서서 드림 발레를 함께 추고 싶다"고 말했다. 박준형, 이지명도 4대 빌리의 무대를 함께 빛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진호는 "하루하루 쌓아가는 '빌리의 시간'이 쉽진 않지만, 그 시간이 정직하게 쌓여 '빌리'라는 무대로 향하는 단단한 길이 된다"고 조언했다.

3대 빌리들도 미래의 4대 빌리를 응원했다. 이우진은 "제가 2대 형들 공연을 보고 빌리라는 꿈을 키웠다. 아마 어디선가 저처럼 3대 빌리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있을 것"이라며 "도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포기를 무서워하라는 멋진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현준도 다음의 '홈커밍데이'를 간절히 기다리겠다며 4대 빌리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빌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아이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해봐. 그럼 어느 순간 너도 모르게 빌리가 되어 있을 거야! 미래에 멋진 빌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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