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 최신작 베를린 영화제서 출품 취소..."중국 당국 압력 의심"
장이머우 최신작 베를린 영화제서 출품 취소..."중국 당국 압력 의심"
  • 뉴시스
  • 승인 2019.02.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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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대란' 문화대혁명 소재에 시진핑 지도부 '금기령' 가능성

중국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68) 감독이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연출한 작품이 권위 있는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다가 돌연 철회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DW)는 14일 베를린 영화제 기간에 예정했던 장이머우 감독의 최신작 '원 세컨드(one second 一秒鐘)' 시사회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베를린 영화제 주최 측이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원 세컨드' 상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으나 중국 당국의 압력으로 그렇게 됐다는 억측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영화는 1966~1976년 중국 전역을 혼란에 빠트린 문화대혁명을 무대로 하는 작품으로 영화제 마지막 날인 15일 시사회를 앞두고 있었다.

주최 측은 '원 세컨드'의 포스트 프로덕션(후시작업) 중에 생긴 기술상 문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상영을 못하면서 출품도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올해 영화제 최고 영예인 금곰상은 '원 세컨드'를 제외한 16개 작품이 경쟁을 펼치게 됐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다만 '원 세컨드'를 상영하지 않는 대신 장이머우 감독의 2002년 작품 '영웅(英雄 hero)'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최 측의 말이 변명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영화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화대혁명을 건들면서 중국 당국이 개입해 상영을 막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영화는 문화대혁명 때 노동개조 수용소(勞改)를 탈출한 주인공이 물질과 정신 결핍의 혼란한 상황에서 영화에 대해 호기심과 열정을 불태우고 고아 출신 소녀와 만남을 그리고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농촌으로 내려간 하방(下放) 생활을 겪은 장이머우의 경험을 반영한 자전적인 작품이라는 얘기가 많다. 

장이머우 감독이 문화대혁명을 제재로 하는 작품은 이전에도 여러 편이 있었지만 '원 세컨드'는 문화대혁명으로 회귀 조짐을 보이는 시진핑 지도부에 대해 '역사적 반성'을 일깨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1988년 장이머우는 '붉은 수수밭(紅高粱)'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중국 감독으로는 처음 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국은 올해 공산정권 수립 70주년과 민주화 요구 시위를 무력 진압한 톈안먼(天安門) 사건 30주년을 맞는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국제영화제에 참여해 국내외적으로 널리 관심을 모이는데 부담을 느낀 당국이 출품 금지령을 뒤늦게 내렸을 공산도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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