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BRT 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부산시 BRT 사업, 이대로 괜찮은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02.15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4일 오후 450분께 부산 동래역 내성사거리에서 동백역 운촌삼거리를 잇는 대로 구간이 해운대 방면으로 향하는 자동차로 가득 찼다. 대로에서는 쉴 새 없이 경적이 울렸다. 동래역과 동래시장 앞 도로변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을 태운 버스들이 꼬리를 물고 중앙에 있는 버스전용차로로 이동하면서 도로는 점점 복잡해졌다. 해운대에 사는 회사원 박성진(38세 남) 씨는 "이 구간을 빠져나가는 데만 30분 이상 걸린다""최근 정체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하려는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부산 BRT 대로
이동하려는 차량으로 가득 차 정체가 심각한 부산 BRT 대로

BRT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중심 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게 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요금정보시스템과 승강장·환승 정거장·환승 터미널·정보체계 등 지하철의 시스템을 버스운행에 적용한 것으로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리며, ‘Bus Rapid Transit’를 줄여서 BRT라고 한다.

부산은 2014년부터 도시 및 광역 7개 간선도로 84.6BRT 사업을 시행해 왔다. 이 중 2022년까지 시내 3개 도로에 991억 원을 들여 32.3를 건설키로 하고 먼저 내성교차로~운촌삼거리 구간 8.7, 운촌삼거리~해운대구 중동 구간 1.7를 개통했다. 이 때문에 기존 왕복 8차로이던 구간은 6차로로 줄어들었다.

부산시 조사에 따르면 버스운행 속도는 BRT 구간에서 눈에 띄게 빨라졌다. 아침 출근시간대(오전 8~9) 내성교차로에서 운촌삼거리까지 시간당 9.1(20167월 평균)였던 버스 속도는 BRT 구간 개통 후 시간당 27.4(2018 10월 평균)로 대폭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차량의 평균 통행 속도는 시간당 21에서 12.3로 줄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이보다 심하다. 회사원 한은희(43세 여) 씨는 "예전엔 15분 정도 걸리던 출근 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매일 아침 피곤하다"고 말했다. 동래구청 관계자도 "자동차로 20분 걸리던 내성교차로~운촌삼거리 구간이 BRT 구간 개통 후 35분으로 늘었다"고 했다

이 같은 '교통지옥'은 제대로 된 교통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공사를 밀어붙인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 탓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시의 BRT 구간은 도로 정 중앙에 파란 선을 긋고 승강장을 설치한 것이 전부다. 고도화된 신호체계와 관련법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고려되지 않았다

계속되는 시민들의 불편에 지난해 8월 부산시는 'BRT 정책 결정을 위한 시민 공론화 위원회'를 출범하고 시민여론조사를 비롯하여 TV 토론회를 개최 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BRT 사업 재개 여부를 두고 진행한 시민 공론화 결과 BRT 사업을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나 141명의 시민참여단 투표 결과로 따른 사안이라 아직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박 훈(40세 남)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BRT 구간이 편리할 수 있으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에겐 너무 불편한 정책이다차량흐름을 보완하고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주영(39세 남) 씨는 "BRT 구간을 예상하지 않고 만든 대로에 BRT 구간을 억지로 만들어 넣은 것이 문제이다. 좌회전과 직진도로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고 버스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초행길이라면 사고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시는 시민 불편 등의 이유로 중단됐던 BRT 구간 공사를 4개월 만에 재개했다오는 2021년까지 서면~충무동 구간(8.6), 양정서면 구간(2.1) 등 중앙간선도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동래 내성서면 구간(5.9)과 해운대 운촌삼거리중동지하차도 구간(1.7) 등은 현재 공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