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과정 촬영"…사진작가 살인 사건 재조명
"죽어가는 과정 촬영"…사진작가 살인 사건 재조명
  • 뉴시스
  • 승인 2022.03.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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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악마를 보았다 2021.03.23(사진=채널A)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블랙 악마를 보았다 2021.03.23(사진=채널A)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재경 기자 = 사진작가 살인범 이동식의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23일 방송된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장진, 최귀화, 권일용, 최윤영이 비뚤어진 욕망으로 살인을 저지른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동식을 파헤쳤다. 권일용은 "온갖 범죄자를 다 만나본 저로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범죄자다"라고 했다.

범행 당시 재혼한 아내와 자식을 둔 42세의 평범한 가장이었던 이동식은 1982년 한 여성을 야산으로 데려가 몰래 청산가리를 먹이고 죽어가는 과정과 사망한 후의 모습까지 사진으로 남기고 시신을 방치했다.

한 달 월급 27만원의 보일러 배관공으로 일하던 이동식은 월급의 5배가 넘는 150만원짜리 일본 N사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에 몰두했다.

어느 날 닭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희열을 느끼며 사진을 촬영한 이동식은 이 사진으로 공모전에서 입상했다. 이후 한 사진작가 협회에 가입하게 되는 등 인정을 받게 되자, 더욱 괴이한 사진 세계에 골몰하게 되었다.

전문 모델을 고용해 밧줄로 묶거나 기이한 포즈를 취하게 해 누드 사진을 촬영하고, 아내를 모델로 살해당한 시신의 모습을 연출하는 등 엽기적인 장면을 촬영하며 죽음에 집착하게 되었다.

권일용은 "이동식의 '사진'에 대한 중독은 도박 중독과 유사한 '행위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도박을 시작하고 초기에 큰돈을 번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기 쉽듯이, 이동식의 경우 초기 작품인 '죽어가는 닭' 사진으로 큰 상을 받은 것이 중독으로 이끄는 발단이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이동식은 이발소에서 일하는 피해자에게 사진 모델을 제안했고, 처음에는 거절하던 피해자는 결국 일을 수락하고 이동식과 함께 산에 올랐다.

이동식의 요구에 따라 죽는 모습을 연기하던 피해자. 하지만 어느 순간 피해자의 몸에 이상이 느껴졌고,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동식이 피해자에게 감기약이라며 건넨 알약에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들어있었던 것. 이동식은 피해자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고 촬영을 이어갔다.

이후 그는 시신을 낙엽으로만 덮은 뒤 그대로 두고 떠났고, 수사를 하던 형사들이 그를 찾아오자 태연하게 피해자와 아는 사이라고 인정했다. 이후로 그는 '사진만 찍고 헤어졌다' '눈 앞에서 독극물을 먹고 쓰러져서 난 도망갔다' 등으로 진술을 바꾸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사무실에서 필름이 발견되며 그가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드러나는 증거들에 이동식은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권일용은 "남의 고통과 두려움을 보면서 즐기는 것도 관음증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동식에게 사진이란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최상의 도구였다. 이런 증상이 더 나아가면 시체 성애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전은 또 이어졌다. 이동식의 전처는 9년째 행방불명 상태였는데 그 행적에도 이동식이 개입한 것 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 수사관의 거듭된 질문에 이동식은 자신이 전처를 살해한 후 암매장했다고 자백하기도 했지만 끝내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그의 거처에서 수십 장의 다른 여성들의 사진이 발견되기도 해 다른 여죄의 가능성 또한 제기되었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 한껏 열을 올리던 당시 정부는 국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수사를 종결시키고 이동식의 사형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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