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용우, 28년 연기 외길 "요즘도 설렌다"
[인터뷰]박용우, 28년 연기 외길 "요즘도 설렌다"
  • 뉴시스
  • 승인 2022.03.2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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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 기자 = 배우 박용우(51)는 요즘 연기의 맛을 느끼고 있다. 199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 28년째 연기하며 슬럼프도 겪었지만 꾸준히 한 길만 팠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즐기게 됐다"며 "최근에는 걱정되기 보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결정할 때도 소신이 있다. "하나라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면 된다"는 주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트레이서' 시즌1·2도 마찬가지다. '프리스트'(2018~2019) 이후 3년 여만의 드라마 출연인데, 단순하게 생각했다. 이 드라마는 누군가에겐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황동주'(임시완)의 활약을 그렸다. 박용우는 조사5국 2과장 '오영'을 맡았다. 한 때 조세국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일을 안 하는 게 신념인 인물이었다. 동주와 부딪히며 바뀌었다.

"오영도 판타지적인 부분이 있지만, 일정 기간 직장생활을 했다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직장인들은) 마음 속 억눌릴 감정을 표현하고 당당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을텐데, 오영을 통해 대리만족하길 바랐다. 초·중반까지만 남루하고 의기소침한 모습 보이다가 감정적인 변화를 겪지 않았느냐. 기본적으로 위축 돼 있지만 에너지가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촬영하면서도 행복했다. 서로 염치있게 살면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오영 대사는 통쾌함을 줬다. 이승영 PD 역시 '오영 대사 때문에 이 드라마를 했다'고 할 정도다. 박용우는 "굉장히 부담됐다"면서도 "대사가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고 미소지었다. '더 이상 침묵하고 입 다물고 계시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다. 돈 있는 자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게 평생을 고개 숙이면서 말없이 지낼 거라고 생각한 상대가 어느새 돈을 들고 따져 묻기 시작할 때다. 포기하지 말아라'다. "웨이브에서 선공개해 여러 번 봤는데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멋 부리려고 쓰면 두 번째에 뽀록이 나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의미가 있더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극찬했다.

"어떤 역이든 내 안에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한다. 예전에 자의 반 타의 반 몇 년 정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안 한 기간이 있다. 내적으로도 연기에  회의적이었는데,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다. 오영도 휴지기가 있었고, 이후 변화를 겪은 부분이 비슷하다. 동주처럼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준 존재가 있냐고? 내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누구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트레이서는 국세청을 배경으로 해 신선함을 줬다. "본격적으로 국세청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는 트레이서가 처음"이라며 "낯선 분야라서 용어가 어려웠다. 그냥 외워서 앵무새처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의미를 알아야 맥락에 맞게 표현할 수 있다. 촬영장에서도 다들 공부하는 분위기였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대사를 쉽게 받아들일까?' 고민했다. "대사가 많으면 운율을 타야 한다. 중간에 호칭, 애드리브 등을 넣기 쉽지 않은데 계속 그렇게 했다"며 "어려운 용어가 반복되면 쉽게 풀어가려고 하는 등 매 신마다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썼다"고 덧붙였다.

임시완과 브로맨스도 돋보였다. "몇 몇 장면은 조금 오글거렸지만 드라마적인 특성이다. 그게 너무 없으면 드라마 미덕이 빠진다"며 "임시완씨와 많이 친해져서 좀 더 편하게 연기했다"고 귀띔했다. "임시완은 촬영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고민한다"며 "상대방과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의논해 즐거웠다"고 했다.

애초 트레이서는 웨이브에서만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MBC TV 금토극으로도 방송했다. 시즌1은 시청률 7~8%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 등으로 자주 결방해 흐름이 끊겼다. 더욱이 시즌2는 웨이브에서 전 회차를 한 날에 공개하고 MBC에서 뒤늦게 방송했다.

박용우는 "시대의 변화"라며 "처음에는 웨이브로만 공개한다고 들었는데, 촬영 중반부쯤 MBC에서도 방송한다고 하더라. 장단점이 있을텐데 긍정적으로 보려고 했다"며 "여러가지 상황에 비해 시청률은 좋았다. 이 업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MBC와 함께 한다고 해 시청층이 확장된다고 생각했다. (OTT가 발전할수록) 시청률이라는 절대적인 수치를 피부로 느끼는 반응이 순화될 것"이라고 했다.

박용우는 운동과 영어 공부에 푹 빠져있다. 국장이 된 오영의 정장패션도 화려했는데 "인생 모토가 섹시함"이라며 웃었다. "예전에는 내면적인 섹시함만 생각했다"며 "어느 순간 '외적인 것도 떨어질 수 없겠구나' 생각해 운동을 시작했다. 꾸준히 운동하니 마인드도 건강해지고 현장에서도 지치도 않더라. 평생 운동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꼭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영어 공부를 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글로벌화가 되지 않았느냐. 새로운 문화 OTT의 큰 장점 중 하나다.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고 짚었다.

최근 경제적인 독립을 선언했다. "이 정도면 경제적인 자유를 선언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며 "이후 들어오는 돈은 여러 가지 꿈을 펼칠 수 있는 보너스로 생각하고 살겠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미혼인데, 이 PD가 '현숙한 여인을 만나 좋은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한 바람이 올해 이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왜 안 나오나 했다"면서 "알 수 없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면 너무 감사하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박용우는 로맨스·액션·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드라마 '종이학'(1998~1999) '선희 진희'(2001) '무인시대'(2003~2004) '제중원'(2010) '인생 추적자 이재구'(2015) 등에 출연했다. 영화 '쉬리'(감독 강제규·1999) '뷰티풀 선데이'(감독 진광교·2007) '원스 어폰 어 타임'(감독 정용기·2008) '파파'(감독 한지승·2012) '카센타'(감독 하윤재·2019) '유체이탈자'(감독 윤재근·2021) 등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약 30년간 연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랑 감정, 사람 본질을 고민하는 직업이라서 무궁무진하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특화된 감정이 있지 않느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면 남들 시선에도 느껴질 거다. 스스로한테 창피하지 않으면 적어도 대중들에게 억울한 평가는 안 받지 않을까 싶다.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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