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은 전미도…불륜미화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
흔들리지 않은 전미도…불륜미화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
  • 뉴시스
  • 승인 2022.04.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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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

 최지윤 기자 = 배우 전미도(40)는 불륜 미화 논란에 흔들리지 않았다. 첫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2020~2021)로 많은 주목을 받았기에 차기작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수목극 '서른, 아홉'은 손예진(40)을 위한 작품인 줄 알았지만, 전미도가 중심이 돼 이야기를 이끌었다. 췌장암 4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정찬영'을 완벽 소화, '역시 전미도'라는 평을 듣기 충분했다. 하지만 유부남인 '김진석'(이무생)과 만남을 이어가 뷸륜 미화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슬의생과 달리 시청자들이 극명한 온도 차를 드러내 상처 받지는 않았을까.

"반응을 예상했다. 나중에 서사가 풀리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엔 우려했지만 전체 내용을 보면 그 이야기(불륜)를 하는 건 확실히 아니었다. 찬영은 처음부터 (진석을) 끊어내려고 하고 그 선택을 끝까지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 관계를 그렇게까지 보지 않았다.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한 선후배라서 스킨십 표현 방식도 달랐다. 남자들끼리 할 수 있는 액션을 취하는 등 편안하고 가까운 사이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 드라마는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 '차미조'(손예진) '정찬영'(전미도) '장주희'(김지현)의 우정과 사랑, 삶에 관한 이야기다. 진석은 집안 반대로 찬영과 헤어졌고, 하룻밤 일로 아이가 생겨 '강선주'(송민지)와 결혼했다. 아들 '주원'(기은유 분)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닌 사실을 알고서도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물론 미조처럼 찬영을 말리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며 "엄마가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러냐'고 하지 않느냐. 두사람의 가슴 아픈 서사가 있지만, 어쨌든 진석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 아이도 낳았고 옆에서 봤을 때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남녀 사이라는 게 옆에서 얘기해도 안 되니까"라고 했다.

이미 2회에서 찬영의 영정사진이 등장해 죽음을 암시했다. 찬영은 치료를 받지 않고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쓰자'고 결심했고,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뤘다. 결국 찬영은 병세가 악화 돼 죽음을 맞았다. 시한부라는 익숙한 소재와 예상가능한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1회 4.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2회 8.1%로 막을 내렸다. 처음에는 '너무 신파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어떻게 봐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줬다"며 "드라마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분들이 많더라. '이 드라마로 위로 받았다' '찬영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 등의 반응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시한부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건 크게 힘들지 않았다. 췌장암 판정 사실을 고백하는 신이 세 번 나왔는데, '어떻게 하면 단계별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찬영의 성격상 슬픔을 토해내기 보다 담담하게 표현했다. 친구 미조, 주희에게 처음으로 얘기할 때는 "본인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남의 이야기 하듯 '내가 췌장암이라네'라고 했다"며 "진석을 만났을 때는 이제야 실감나는 것처럼, 부모님한테 얘기할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보다 듣는 사람 감정이 더 잘 표현돼야 했다. 내 감정은 참으면서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며 "마지막에 미조에게 '나 괜찮으니까 잘 살아'라며 미조에게 영상편지를 남길 때도 찬영은 무너지면 안 됐다. 배우로서 욕심내서 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너무 신파처럼 보일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진석에게 췌장암을 고백하는 신도 화제를 모았다. 이무생(42)이 오열하는 신은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그 신은 계획하지 않고, 리허설할 때 동선 정도만 연습했다. 감정이 어느 정도 갈지는 '즉흥적으로 해보자'고 했다"며 "그 때도 감정을 참는 게 힘들었다. 주변사람은 몰라도 찬영이까지 같이 터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찬영은 '신나는 시한부'가 되고 싶어 했기에 끝까지 캐릭터 느낌이 달라지면 안 됐다"고 짚었다.

암환자 역을 맡은 만큼 체중 감량에 신경썼다. 중·후반부로 갈수록 탄수화물은 멀리 하고 계란, 두부 등만 먹었다. 디테일한 부분을 놓친 점은 아쉬웠다. 병세가 악화됐을 때도 메이크업을 유지, 몰입감이 떨어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촬영을 순차적으로 진행한게 아니라 하루에 몰아서 찍을 때가 많았다. 모니터했을 때와 다르게 나오기도 하더라"면서 "경험이 없어서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 나름대로 체중 감량도 하고 아픈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그런 모습으로 비춰질지는 몰랐다"고 했다.

전작에서는 의사, 이번엔 환자 역을 맡아 기분이 남달랐을 터다. 슬의생에선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를 연기했다. 찬영이 췌장암 판정을 받자, 슬의생 속 간담췌외과 부교수 '이익준'(조정석) 쌤을 데려오라'는 댓글도 달리곤 했다. 아직도 슬의생 단체 톡방이 있다며 "첫 방송부터 막방 때까지 '너무 잘 봤다. 수고했다'고 응원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더라. 그간 환자 역 한 분들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했을까?' 싶었다. 환자보다 의사 연기를 더 편하게 한 것 같다. 환자는 감정적인 무게감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했다. 친구들이 송화를 보고 '그냥 너다!'라고 했는데, 찬영을 보고도 '그냥 너다'라고 하더라.(웃음) 사람이 한 모습만 있지 않으니까. 나이가 좀 드니 고운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예전엔 남자들과 연극을 많이 해 찬영처럼 거침없고 걸걸한 말도 많이 썼다. 송화처럼 욕도 못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찬영에 더 가깝다."

서른 아홉은 여자들끼리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동갑인 배우 세 명이 모였지만, 기싸움하기 보다 남자들 못지 않은 우정을 자랑했다. 김지현(40)과는 공연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아 더욱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손예진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역시 손예진'이라며 감탄했다. 잘 이끌어줬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현이랑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손프로'라고 부를 정도로 정말 프로다. 똑부러지고 리더십있게 이끌어가는 모습이 미지와 많이 닮았다"고 극찬했다.

전미도는 김지현과 함께 지난달 31일 손예진·현빈(40)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결혼 조언을 해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결혼 소식은 공식 발표했을 때 들었다. 미조는 감정신이 많아서 촬영할 때 그런 얘기를 잘 못했다"며 "결혼식장에서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자마자 나랑 지현이는 눈물이 났다. (손예진이) '왜 울어~'라며 당황하더라. 알게 된 지 불과 5~6개월 밖에 안 됐는데, 고등학교 친구가 시집 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전미도는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했다. 공연계에서 15년간 활약하다 신원호(47) PD 눈에 띄어 슬의생 주연으로 발탁됐다.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아직도 팬들의 열띤 반응은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배우 조승우가 팬을 자처했는데 "기회가 되면 함께 호흡하고 싶다. 그런 날이 올까요?"라며 웃었다.

슬의생부터 서른아홉까지 연달아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에 출연해 깨달은 점도 많다. 현실적으로는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자'고 마음 먹었다. 실제로 찬영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사람을 보는 눈과 태도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는 '나중에 시간되면 보자'고 막연하게 얘기했다면, 지금은 '당장 내일 만나자. 바로 돼?'라고 구체적으로 행동한다. 삶을 좀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40대가 되면서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철없고 부족한건 마찬가지인데, 이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또 하나는 너무 잘 할 필요는 없다는거다. 어렸을 때는 완벽하고 싶어서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오히려 덜어내면 유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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