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봉황
가짜 봉황
  • 김원회 고문(의학박사, 부산대학교병원)
  • 승인 2018.07.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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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雉與鳳凰

초나라의 어느 산속에 꿩을 기르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길을 가던 어떤 사람이 난생 처음 깃털이 아름다운 꿩을 보고는 아주 신기하게 여겨 그게 무엇 인가 물었다.

꿩을 기르는 사람은 꿩을 처음 보는 사람도 있는가 하여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당신이 이 새의 이름을 모르는 것도 이상할 게 없지요. 이것은 봉황입니다."

나그네는 봉황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 새가 바로 봉황이란 말이지요? 봉황이란 이름만 들었는데 그런 새가 있기는 있었군요. 이 귀한 새를 저에게 파십시오." 그러더니 서슴없이 돈을 한 줌 꺼내 주면서 사겠다고 했다. 꿩을 기르는 사람이 짐짓 거절하는 체하자 그는 곧바로 두 배로 쳐서 돈을 한 뭉치 집어주고 사 갔다. 나그네는 이 봉황을 왕에게 바쳐 후한 상을 타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다음날 꿩이 죽고 말았다. 나그네는 돈을 버린 일보다 초나라 왕에게 봉황을 바치지 못하게 된 일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주 슬프게 통곡했다.

이 소문은 초나라에 아주 빠르게 퍼져 거리와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점점 살이 붙어 사람들이 꿩을 진짜 봉황으로 여길 정도였고, 이 소문을 접하는 사람마다 쯧쯧 혀를 차며 애석해 했다. 이 사실을 안 초나라 왕은 아주 유감스러워 했다. 왕은 봉황을 바치려 했던 나그네의 충성을 높이 사 특별히 접견하고 꿩 값의 열 배나 되는 상금을 내렸다.

*한갓 명칭이라 하더라도 어떤 특정한 조건에서는 실제처럼 여겨지는 수가 있다. 꿩은 꿩일 뿐 봉황이 아니다. 그러나 온 나라 사람들이 봉황으로 알았기 대문에 마침내 꿩은 봉황이 되었다. 나그네는 봉황을 바치려고 한 것이고, 왕도 봉황을 바치려는 정성으로 받아들여 봉황을 바친 거에 해당하는 상을 내렸다. 그러니 꿩은 꿩이 아니라 봉황이지 무어란 말인가? 이 경우는 명칭이 실제를 만들어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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