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마슬레예프 "무대는 인간 존엄 소통하는 곳"
[인터뷰]피아니스트 마슬레예프 "무대는 인간 존엄 소통하는 곳"
  • 뉴시스
  • 승인 2022.04.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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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 내한…5월8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러시아 피아니스트...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
"성숙한 태도로 연주하는 마음가짐 변화"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강진아 기자 = "제게 무대는 음악을 통해 인류애, 인간의 존엄과 삶, 그리고 동정의 감정을 관객들과 소통하는 곳입니다."

3년 만에 내한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는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을 보였다.

최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러시안 아티스트로서, 또 현 시국에 활동 중인 음악가로서 무대라는 공간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현재 러시아 예술가들은 세계 무대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클래식계에서도 거장들과 주요 극장들이 잇따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친 푸틴'으로 여겨지는 러시아 예술가들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퇴출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와중에 마슬레예프는 한국의 문을 열었다. 오는 5월8일 오후 2시에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슬레예프는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2015년 만장일치 우승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차이콥스키의 '사계'로 공연의 문을 연다. 또 라벨의 '보로딘 풍으로'와 스크랴빈의 에튀드 2곡,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2번'을 들고 온다.

마슬레예프는  "저는 제가 연주하는 곡에 있어서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사랑에 빠질 법한 곡을 고르곤 한다"며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연주할 수 없다면, 결국 관객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레퍼토리 선정에 있어서는 제가 진심을 다해 연주하는 것으로 기준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새 7년이 지났지만,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엔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했다. "우승 이력 덕분에 많은 연주 기회를 얻고, 더 많은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변화는 제 삶에 있어 저 스스로 조금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성숙한 태도로 연주에 임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커요. 앞으로도 이러한 긍정적인 면으로 더욱더 많은 관객에게 성숙한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작곡가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로 라흐마니노프를 꼽았다. 이번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한다.

마슬레예프는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중에서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는 제가 13살 때 처음 들은 이후 아직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또 모스크바 음악원 시절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미하일 페투호프의 가르침을 받은 건 '운명'이라고 했다. "지금도 제 리사이틀에서 스승님의 곡을 종종 연주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감사와 영광의 마음으로 연주하곤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니콜라이 카푸스틴도 빼놓을 수 없어요. 영감의 원천이 되는 아티스트죠. 카푸스틴을 처음 실제로 봤을 때만 해도 저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악보를 복사해 연주하던 학생이었어요. 그로부터 10년 뒤 카푸스틴의 음악을 녹음하는 순간을 마주했을 땐 마치 꿈인 것처럼 믿기지 않았죠."

내한은 지난 2019년 리사이틀 이후 3년 만이다. 그 사이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고, 그 역시 관객들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개인적으로도 세상이 얼마나 유약한지, 또 일상의 순간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였다"고 했다.

"제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특히나 저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관객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껴요. 결과적으로 제가 무대에서 연주하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이러한 모든 운명에 감사의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어요."

지난 2019년 블라디미르 란데의 지휘 아래 시베리안 스테이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음반을 발매한 마슬레예프는 새 앨범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전에 연주하고 발매한 음반은 카푸스틴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사실 다른 아티스트들이 많이 연주하는 곡은 아니다"라며 "시베리안 스테이트 오케스트라와 블라디미르 란데와의 협연은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1번 등으로도 선보인 바 있다.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다음에 발매할 앨범은 차이콥스키의 명곡 중 하나인 '사계'에요. 빠른 시일 내에 곧 앨범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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