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어쩌다 예능 트렌드가 됐나
'범죄'는 어쩌다 예능 트렌드가 됐나
  • 뉴시스
  • 승인 2022.04.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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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형사들' '알쓸범잡2' '블랙: 악마를 보았다' '꼬꼬무' 포스터 . 2022.04.01. (사진 = E채널·tvN·채널A·SBS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용감한 형사들' '알쓸범잡2' '블랙: 악마를 보았다' '꼬꼬무' 포스터 . 2022.04.01. (사진 = E채널·tvN·채널A·SBS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황지향 인턴 기자 = 어느 순간부터 '범죄'가 방송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2월 첫 방송된 채널A '블랙: 악마를 보았다'를 두고 방송가 트렌드의 막차에 합류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최근 범죄 사건을 재조명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고, 또 그만큼 많아졌기에 나온 평이다. '블랙' 역시 비슷한 포맷을 선보이며 뒤늦게 범죄 사건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는 것. 실제로 막차를 탔다고 평가 받았던 '블랙'은 막차가 아니었다. 이후 E채널 '용감한 형사들'이 이달 방송을 시작했다.

어쩌다 통상 사건 사고를 다루거나 고발하는 프로그램에서 주를 이루던 '범죄'가 '예능'을 만나 방송가 트렌드를 바꿔 놓았을까.

핵심은 '이야기'에 있다.

경찰청 자료(2016~2020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살인범죄 검거율의 경우 97%~100% 또는 그 이상도 기록하고 있다. 전년도에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이월 돼 해당 년에 해결하게 되면 101%, 102%도 기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과학의 발전, 수사 기법의 진화, 법곤충학·법최면 등 체계화된 수사 시스템이 만든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검거를 끝으로 더이상 연쇄 살인 사건 등을 저지르고 오랜 시간 잡히지 않는 범인은 없다고 덧붙인다. 정확히 말하면 빠른 검거가 가능한 게 현실이다.
 

‘알쓸범잡2’ 경찰청 자료 캡처 . 2022.04.13. (사진 = tvN, 경찰청 제공 )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알쓸범잡2’ 경찰청 자료 캡처 . 2022.04.13. (사진 = tvN, 경찰청 제공 )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때문에 이야기가 된다.

이전에는 '범죄' 방송의 목적이 '해결'이었다면 지금은 높은 검거율을 기반으로 '분석'과 '예방'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과거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자료만 공개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범죄'를 설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져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방송가는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현명함을 택했다. 범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진 만큼 우리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고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표리부동’ 영상 캡처 . 2022.04.01. (사진 = KBS2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표리부동’ 영상 캡처 . 2022.04.01. (사진 = KBS2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예능이 더 이상 '웃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은 방송계의 변화도 한몫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도 같은 이유인데,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해 시청자들에게 유익함과 공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궁금했지만 어디가서 물어볼 수 없었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방송가에서 각광받는 상황이나 프로파일러 표창원·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박사를 필두로 했던 KBS 2TV 범죄 시사 교양 프로그램 '표리부동' 등의 등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경기도에 혼자 거주 중인 회사원 이모(29·여)씨는 "무조건 '나쁘다', '조심하라'고 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방송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살펴보는 게 왜 조심해야 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된다"라며 범죄 예능을 즐겨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스보다 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다루니 공감이 되고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가 많은 것도 흥미를 느끼는 요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 가운데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배려를 꼼꼼히 챙긴다면 범죄는 더 많이 탁상에 올려 요리할 가치가 있는 분야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범죄를 저질렀고 저지른다. 그리고 변화한다.

통계청 범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빈집 절도'는 2011년 3만4957건에서 2019년 6394건으로, '소매치기 절도'는 2011년 2381건에서 2019년 534건으로 각각 81%, 77%로나 감소했다.
 

코로나 사칭 스미싱 예시 . 2022.04.01. (사진 = 한국인터넷진흥원)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 사칭 스미싱 예시 . 2022.04.01. (사진 = 한국인터넷진흥원)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치안전망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지능 범죄 전체 발생 건수는 31만 520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했다. 또 코로나19로 조직원들의 활동이 제한된 결과 보이스피싱 범죄 건은 16.7% 줄었지만 메신저 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14.6% 늘었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른 범죄와 그 실태에 대한 시의 적절한 방송은 빠르게 변화하는 범죄 트렌드를 알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진화되는 수법에 관심이 끊이지 않는 것, 코로나19로 인한 스튜디오물의 번성, 범죄물의 어두움을 상쇄하는 권일용 교수 등 전문가들의 등장 등도 번죄 예능 번성 이유가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미 다뤘던 범죄를 다시 다루는데 있어 수위를 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자극성만 남을 우려도 있다. 프로그램끼리 그러한 형태의 경쟁이 되면 경각심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우려도 있다"고 경계했다.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01. (사진 = tvN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알쓸범잡2’ 영상 캡처 . 2022.04.01. (사진 = tvN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전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알쓸범잡2'에 임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범죄는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시즌2까지 제작되고 있는 tvN '알쓸범잡2'의 경우 범죄를 다루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시즌 연장의 비결이다. 과거 사건을 재조명하지만 '살인' '강간' 등과 같은 강력 범죄만을 다루지 않는다.

사건의 끝에서는 과거 맞이한 비극을 다시 맞지 않기 위해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모은다. 단순히 사실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과학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사건을 뜯어보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목소리를 보태는 역할을 해 '범죄 예능'의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방송가는 이와 같은 트렌드에 발을 맞추되, 명확한 의도와 파생되는 여러 가지 효과를 진지하게 살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범죄가 탁상에 쉽게 올라온다고 해서 결코 가벼워질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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