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를 난임치료의 메카로 만들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부산대학교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
부산시를 난임치료의 메카로 만들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부산대학교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03.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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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출산율이 0명대 시대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출산율 1명대 미만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 동향조사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하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출산율은 압도적인 꼴찌다

부산대학교 병원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는 저출산과 난임 문제의 해결을 돕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을 설립했다.

국내 최고의 난입치료 네크워크를 완성하여 난임 치료를 선도하고 부산시를 난임 치료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는 박남철 교수, 그를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부산대 병원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대 병원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뇨기의학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1980년대 초반 중화학공업의 핵심 산업으로 수출과 고용을 창출해온 조선업은 나라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나 역시 조선공학과를 입학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이바지하고 싶었다. 대학입학 원서를 쓰던 날, 대문을 나서던 나에게 모친이 의과대학을 지원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를 하셨다. 모친의 간곡한 권유에 의과대학을 진학하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의과대학 본과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 군대라는 한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의료보험제도가 생기면서 여군들과 군인 가족들이 군 병원이 아닌 외부 병원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산부인과 전공의는 군의관으로서의 근무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재미있게 느꼈던 비뇨기의학으로 전공을 결정했다. 돌아보면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한국은 연간 출생아 수 30만 명 미만의 초저출산 국가다. 비뇨기의학과 의사 입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20~30대 초반 인구의 감소를 들 수 있지만, 청년들의 혼인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이유다. 취업난, 주거비 부담 등으로 결혼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다결혼하면 살 집이 필요한데, 몇십 년간의 월급을 그대로 모아야만 집을 살 수 있는 현실이다.

결혼을 해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양육비ㆍ교육비 등의 비용이 많은 부담을 준다. 사회ㆍ경제적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종일 이야기를 나눠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나는 사회학자가 아닌 비뇨기의학과 의사로 저출산의 해결방법을 고민한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다양한 정책을 내어놓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 적응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할 때이다.

 

한국의 정자은행 운영은 어떠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5217,905, 2016219,11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피임을 하지 않은 부부의 난임 원인은 40%는 아내에게 40%는 남편에게 20%는 아내와 남편 둘 모두에게 있다남성 불임은 201343,094명에서 201762,468명으로 4년 새 약 1.5배나 증가했다.

의학적 치료가 힘든 남성 불임의 마지막 비상구는 정자은행이다.

'정자은행'에서는 정액을 동결해 장시간 최상의 상태로 보존한다. 냉동으로 인한 세포막 손상이 정자의 운동성을 저하할 수 있어 신선한 정자보다는 임신율이 약간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남성 불임 판정을 받았거나 항암 치료 등으로 정자 생성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는 경우 임신을 위한 해결방법이 된다. 정자 보관과 정자 공여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난임 치료를 진행한다

국내 정자은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내 최초의 정자은행인 부산대학교병원 정자은행을 지난 199741일에 설립했다. 이후 201512월 한국 공공정자은행연구원으로 발전되며 전국적인 협의회가 구성되었다

정자은행이 설립되기 전 난임 부부들은 불법적 경로로 생식세포 매매나 대리부·모를 찾았다. 현재는 합법적으로 최적의 정자를 제공하여 난임 환자들의 만족도가 증대되었으며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도 향상되었다

 

공공정자은행에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정자 기증자 모집 공익광고

정자은행 최초 설립 시에는 정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정자를 기증받고자 우리나라 최초로 신문에 공익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후 부산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단국대 제일병원, 차의과대학 강남차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과 협약을 맺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는 정자은행 ICT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정자기증자와 수증자의 비식별 정보를 매치하고, 예비 기증 정자의 정보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정자 수증 희망자는 혈액형, , 몸무게, 머리카락 색, 눈동자 색, 동성동본 여부 등 자세하게 조건을 따져서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ksb.ac.kr/)

 

 단일기관 단일의사에 의한 세계 최다 정관복원술 달성했다고 알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정관 복원술을 시행해 지난해 정관 복원술 1700 예를 달성했다.  

정관 복원술은 가임력 회복을 위한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한다. 최근 50대 초반 환자가 정관복원 수술 후 자연임신에 성공했는데 꽤 기억에 남는다.

미국 등 외국에서도 정관 복원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환자도 있다. 수술 후 임신에 성공했다는 카드가 올 때면 기분이 참 좋다.

 

부산대병원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
부산대병원 비뇨기의학과 박남철 교수

비뇨생식기 통합기능의학회 초대회장 역임했다. 통합기능 의학은 무엇인가?

20178월에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난해 6백만 명을 돌파하며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79.4%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2개 이상 만성질환을 보유한 복합 만성질환자도 53.1%에 이른다.

21세기는 건강하게 평균수명증대가 이슈가 될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10~20년씩 입원하다가 사망하는 것은 건강하게 살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건강한 노인이 되어야 한다

통합기능 의학은 생활 환경과 습관을 개선하고, 비뇨생식기계·신경계·내분비계 등 신체 대사와 기능적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다. 건강기능식품·천연물 연구와 중재적 치료기술을 개발해 비뇨생식기에 발생하는 만성·난치성 질환을 예방하고, 정밀 의료에 기반을 둔 개인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병원 병원장까지 지냈다. 그래도 의사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1989년 부산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일하기 시작해서 30년째 부산대학교 병원에서 근무 중이다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병원장까지 맡으며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병원장을 맡게 되어 더 열심히 뛰어다녔던 것 같다. (박남철 교수는 만 53세에 부산대학교 병원 병원장에 선출되었다.-편집자-)

이제 나는 비뇨기의학과 의사로 정자은행 운영체계를 더욱 확고히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난임 부부에게 가임기회를 제공하고, 자연임신을 통한 출산증대로 초저출산 및 고령화 인구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다

부산시를 난임 치료의 메카로 만들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 공공정자은행의 역할 확대를 통해 정자 관리체계의 중심도시로 성장시키겠다

 

박남철 교수는 1981년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1991년 부산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병원 비뇨기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거쳐 1985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1989년 부산의대 비뇨기과 전임강사로 부임했다.

이후 주임교수 및 과장(20002006), 부산대병원 기획조정실장(20032006)을 거쳐 2009~2015년 부산대병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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