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재시공, 갈 길 멀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재시공, 갈 길 멀다
  • 뉴시스
  • 승인 2022.05.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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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사망' 붕괴참사 114일 만에 1·2단지 허물고 새로 짓기로
201동 잔해 해체 중…안전진단 없이 철거 승인 절차 거칠 듯
도심 한복판 5~6년 대대적 공사에 갈등 조정까지 난항 예상
 류형근 기자 = 신축 건물 공사 중 상층부가 무너져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 4일 오전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예슬 변재훈 고가혜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월 붕괴 참사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1·2단지 건물 8개 동을 모두 철거·재시공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붕괴 참사 114일 만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최상층 골조 공정까지 끝난 건물 8개 동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만큼,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공사 기간 중 숱한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재산상 이해 관계가 각양각색인 입주 예정자 847가구를 설득해야 하는 데다가, 또다시 공사 피해를 떠안아야 할 주변 상가의 반발도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홍효식 기자 = 정몽규 HDC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열린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정상화 방안 관련 추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재시공" 전격 발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그룹 회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주 예정자의 요구인 (광주 화정아이파크 1·2단지)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운 아이파크를 짓겠다"며 "800여 명 계약자와의 합의가 무한정 지연될 가능성도 있고, 회사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에 가장 힘든 결정을 했다. 그것이 가장 빨리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입주 지연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1755억 원을 계상했다"며 "입주예정자 주거지원비 등 추가 합의해가면 2000억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체 철거·재시공 기간을 70개월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 민원 등 절차에 걸릴 시간까지 감안한 추산치다.

화정아이파크는 화정동 23-27번지, 23-26번지에 각기 1·2단지로 나눠 총 8개 동을 짓는 공동주택 건설 사업이었다. 공급 규모는 1·2단지를 통틀어 847가구(공동주택 705가구·오피스텔 142가구)다.

막바지 골조 공사가 한창이던 붕괴 참사 당시 최상층(건물 별 24~39층) 골조 공사까지 마쳐 전체 공정률은 62%였다.

류형근 기자 = 신축 건물 공사 중 상층부가 무너져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 4일 오전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 도심 한복판서 허물고 짓고…'산 넘어 산'

현재 붕괴 참사가 발생한 201동 건물에서는 잔존 구조물 안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쏟아진 막대한 철근·콘크리트 잔해물이 건물 안팎 곳곳에 남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대형 타워 크레인을 추가 설치, 붕괴 직후 방치된 상층부 RCS 갱폼(거푸집)을 해체했다.

또 최상층에는 건축물 보수 장비인 BMU(Building Maintenance Unit) 곤돌라를 설치해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본격적인 구조물 해체 공정에 나선다. 곤돌라에 탄 작업자와 타워 크레인이 함께 움직이며 구조물 견인·절삭·하역 순으로 해체한다.

이날 현대산업개발이 밝힌 전면 철거·재시공 방침으로, 당초 계획됐던 정밀안전진단은 거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모든 일정이 수 개월 이상 앞당겨진다. 다만 대대적인 철거에 따른 현장 안전 대책 수립·승인 등 관련 행정 절차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종합버스터미널, 중심 상권이 밀집해 있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철거 공사 기간이 공정 계획대로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최근 붕괴 현장과 좁은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또 다른 공동주택 신축 공사가 시작됐다.

당장 공사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주변 교통 혼잡 등 부수적인 피해 발생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장 상황에 따라선 재시공까지 70개월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장 방문 당시 공사 관계자는 "모든 단지 철거·재시공에 80개월(6년 8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한 바 있다.

신대희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7일째인 17일 오후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사퇴 직후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 "주거 지원도" "생존권 위협" 갈등 해소 난제

847가구에 이르는 입주예정자와 아직 보상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주변 도매상가 입점 피해 상인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전면 철거·재시공 결정에 대해 공사 기간 중 주거 지원책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엽(45) 화정아이파크 예비 입주자 대표는 "입주민들도 안전한 집에 살 수 있어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입주 지연으로 당장 살 집이 없어진 만큼, 현대산업개발 측이 추후 주거 지원 또는 대출, 세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직후 실제 입주 예정 847가구 중 643가구를 상담한 결과, 45.6%(539건)가 금융주거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붕괴 사고 피해 상가 비상대책위원회도 추가 영업 손실은 '생존권 위협'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석선 피해 상가 비대위원장은 "20여 년 전부터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착공 이후 줄곧 불법·부실 공사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전면 철거·재시공까지 5년 넘도록 손해가 막심하다"며 실질적인 배상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영업 손실 상가는 131곳으로 잠정 집계됐고, 보상 협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가는 40여 곳에 이른다.
  
상가 비대위 회원 7명은 지난달 25일부터 '안전 대책 없이 공사하지 말라'며 붕괴 현장 내 공사 차량 통행을 막아섰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은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한편, 지난 1월 11일 오후 3시 46분께 화정아이파크 2단지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현장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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