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폐암만큼 치명적인데…의료보장 10년째 제자리걸음
두경부암, 폐암만큼 치명적인데…의료보장 10년째 제자리걸음
  • 뉴시스
  • 승인 2019.03.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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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 2만명 넘었지만 전체 암환자의 1%
사회적 관심 부족해 의료보장 사각지대 놓여
2009년 국내허가 표적항암제 건강보험 비적용
두경부암은 눈, 뇌, 귀, 갑상선을 제외한 목과 얼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지칭한다. 구체적으로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등을 말한다. 전체 두경부암 환자 4명 중 3명의 발병 원인은 흡연과 음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두경부암은 눈, 뇌, 귀, 갑상선을 제외한 목과 얼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지칭한다. 구체적으로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등을 말한다. 전체 두경부암 환자 4명 중 3명의 발병 원인은 흡연과 음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 30년차 흡연자 김모(60)씨는 1년 전 구강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볼 부근에 생긴 구내염 증상이 약을 발라도 한 달째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화끈거리는 증상이 심해졌을 때였다. 하지만 암세포가 폐까지 전이돼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는 불가능했다. 담당 의사는 항암 치료와 표적 치료를 권했고, 반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진단 받았던 김씨는 암을 거의 극복하고 1년째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퇴직금까지 모두 써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한 달에 수 백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 

◇'환자수 2만명' 두경부암 의료보장 '그레이존'

두경부암은 눈, 뇌, 귀, 갑상선을 제외한 목과 얼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지칭한다. 구체적으로 구강암, 후두암, 인두암 등이다. 전체 두경부암 환자 4명 중 3명의 발병 원인은 흡연과 음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문제는 두경부암 환자들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그레이존)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환자 수가 매우 적고 치료 옵션도 제한적인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개한 최신 두경부암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두경부암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 2만 명을 넘어섰다.

윤탁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유병 환자 2만명을 기준으로 희귀질환을 구분하는데, 두경부암은 인구 고령화로 환자 수가 증가해 더 이상 희귀암으로 볼 수 없게 됐다”며 “하지만 두경부암 환자들은 아직까지 치료 공백으로 고통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체 암 환자 중 1%에 불과한 소수암이여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암만큼 치명적인데 치료는 막막 

두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국소로 진행된 경우에도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80~90%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한다. 하지만 다른 기관으로 원격 전이된 경우 항암치료 후에도 재발하거나 전이될 위험이 크다.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이성 두경부암의 5년 상대생존율(같은 연령대 일반인과 비교한 5년간의 생존율)은 23%로, 국내 사망원인 1위인 폐암(26.7%)과 비슷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두경부암은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뜨린다. 오감기관에 발생하는 두경부암의 특성상 숨쉬고, 말하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삼키고, 맛을 느끼는 등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종양이 커지면 외형적으로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암과 비교해 환자가 느끼는 상실감은 아주 크다.

두경부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항암치료 등이다. 전이성 두경부암의 경우 다른 전이성 암처럼 항암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별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주요 암 질환과 달리 치료옵션이 많지 않다. 

우리 몸의 정상세포는 해치지 않고 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 항암제는 지난 2009년 국내에서 처방을 허가 받았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항암제는 초기 항암치료제 개발 이후 30년 만에 생존율을 개선했음에도 대다수의 환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재발성·전이성 두경부암 환자, 의료보장 개선돼야

문재인 정부는 보건복지 분야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추진 중이다. 지난 수년 간 고가의 혁신 신약들이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는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전이성 두경부암 환자 의료보장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윤 교수는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전이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1차 치료부터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하고 싶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며 "전이성 두경부암 환자는 일반항암제를 제외한 표적항암제의 경우 보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경부암과 같은 희귀암, 소수암 환자들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존기간을 연장해주는 표적항암제로 경제수준에 관계 없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이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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