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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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경신되고 있지만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은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으로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76.99㎡(7층)가 58억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43억이었는데 여기에 15억이 더 오른 가격에 팔린 것이다. 지난 3월 29일 같은 동 '타워팰리스2' 전용 124.11㎡(40층)도 직전 최고가보다 14억 비싼 33억5천만에 거래됐다.

지난달 12일 압구정동 '현대5차' 전용 82.23㎡(10층)도 직전 최고가보다 6억 비싼 41억에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달 20일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 전용 131.86㎡(5층)도 직전 최고가보다 7억8천만원 비싼 17억원에 팔렸고, 그에 앞선 16일 같은동 '타운빌' 전용 111.78㎡(1층)도 직전 최고가보다 5억5천만원 오른 13억6천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9일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차' 전용 80.25㎡(6층)도 직전 최고가보다 7억3500만원 높은 26억원에 팔렸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현상을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보유세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기 지역 고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집값 상승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 외곽 지역 주택은 속속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호재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경기 의왕시와 화성시 동탄신도시, 인천 서구 청라신도시 등에서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 해 누적 상승률만 38.02%로 집계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던 의왕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래 절벽 현상과 맞물려 열기가 식기 시작하더니 대선 이후에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주(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했지만 의왕 아파트는 전주보다 0.06% 내렸다.

경기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98㎡(17층)는 지난달 11일 12억5천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6월 16억3000만원(25층)보다 4억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같은동 '인덕원삼호' 전용 85㎡(13층)도 3월 30일 9억5천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 12억원(7층)보다 2억5천만원 떨어진 것이다.

지난 11일 화성시 청계동의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19층)는 11억4천만원에 매매됐는데 직전 최고가(13억6천만원)보다 2억2천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인천 서구 청라동 청라국제금융단지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 84㎡(28층)도 3월 19일 7억5천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12억4천만원)보다 4억9천만원 낮은 가격이다. 경기도 화성시와 인천 서구 역시 수도권이 하락세를 멈춘 가운데 각각 0.13%, 0.02%씩 내렸다.

이런 양극화는 지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인 전국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지난달 10.1로 집계됐다. 5분위 배율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사이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0.1이라는 것은 전국적으로 가격 상위 20%의 아파트가 하위 20% 아파트보다 매매 가격이 10배 높다는 의미다. 이는 KB국민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지난달 전국 하위 20%의 아파트값은 평균 1억2313만원, 상위 20%의 아파트값은 평균 12억4707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양극화 양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건설 원가 상승, 공급 부족 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새 정부가 당분간 현행 대출 규제를 이어가겠다는 기조를 밝힌 만큼 '대세 상승'이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당분간 구매력 있는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핵심지 위주로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추가 금리인상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기조 지속 등의 이유로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는 감소하고 있고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현금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가 급등하는 현상 등으로 자산가들의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 및 자녀 내 집 마련 등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주택의 다 같이 오르는 시장은 저물고 지역별, 단지별로 초양극화 장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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