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설의 공
형설의 공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3.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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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때 차윤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다. 그는 집안이 가난해 등잔 기름을 사지 못하고 밤에 책을 읽을 때는 반딧불을 잡아 얇은 천에 싸 빛을 비추었다. 또 손강이라는 사람은 겨울에 하얗게 내려 쌓인 눈의 반사광을 이용해 책을 읽었다. 이 두 사람의 고학이 유명해져서 모든 사람이 형설의 공을 학습의 모범으로 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손강이 차윤을 찾아갔더니, 차윤은 마침 어디에 나가고 없었다. 손강이 식구들에게 물었다. "주인은 어디로 가셨나요?"

식구들이 대답했다. "강가로 반딧불을 잡으러 갔습니다"

며칠이 지나 손강을 찾아간 차윤은 뒷짐 지고 한가하게 정원에 서 있는 손강을 보고 물었다. "왜 책을 읽지 않고 계십니까?"

손강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눈이 내릴 것 같지 않군요"

형설지공
형설지공

* 형설지공 또는 형창설안이라는성어의 출전은 '진서', '차윤전'과 '몽구', '손강영설'이다.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학문에 매진하는 감동덕인 이야기이다.

이 우화는 형설지공의 주인공들을 패러디해서 깊은 우의를 전해 주고 있다. 차윤과 손강이 형설의 공을 쌓아 세상에 이름이 나자 그 명성에 집착하여 반딧불과 눈이 없으면 공부를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빈껍데기만 남은 이름만 붙들고 앉아 실제에 힘쓰지 않는 사람을 풍자한 이야기이다.

조건이나 상황이 바뀌면 바뀐 상황에 적응하여 계속 전진해야 한다. 자기에게 익숙한 낡은 방법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더 이상 발전이 없다. 학자들 가운데에는 처음 학문을 시작할 때에는 정말 온갖 정열을 불태우고 정력을 다 쏟아 형설의 공을 쌓지만, 일단 성취한 다음에는 이름에 사로잡혀 헛된 이름만 날리려 하고 실제 학문을 이루는 데는 힘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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