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이후 두문불출 하던 이재용…尹 취임 후 20일간 광폭 행보
국정농단 이후 두문불출 하던 이재용…尹 취임 후 20일간 광폭 행보
  • 뉴시스
  • 승인 2022.06.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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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바이든 이어 퀄컴·인텔 CEO까지…경영 보폭 넓히며 존재감 과시
사면론 탄력 받기 위한 과감한 투자 집행·현장 경영이라는 시각도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윤 대통령 격려사에 박수 보내고 있다.

동효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낸다. 삼성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대내외적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31일 이 부회장은 삼성가(家)를 대표해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판 외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부회장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사실상 삼성 행사를 주관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국정농단 이후 두문불출 하던 이재용…尹 취임 후 20일간 광폭 행보

호암상 시상식은 고(故)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총수일가가 모두 참석하는 자리였다. 2017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면서 2018년 호암상 시상식은 역대 가장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후에도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호암상 시상식에 불참했지만 올해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얼굴'로서 총수일가를 대표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어려움 속에서도 6년 만에 시상식에 참석해 선대의 '인재제일' 철학을 계승, 발전시켜 국가 발전에 더욱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판 외 일정을 삼가며 두문불출하던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삼성 부회장으로서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 17일엔 서울 용산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를 방문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양국 정상을 안내했고,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는 전날 삼성이 5년간 450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0일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 CEO와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겔싱어 CEO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참석 후 귀국길에 한국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는 이날 삼성전자와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6월 말에는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회의 이후 결과를 직접 보고받을 예정이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위기 돌파 위해 경영 보폭 넓히며 존재감 과시

삼성전자는 전례 없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총수 경영 공백 등의 지적을 받으며 대내외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2023년 1월까지 공판 계획이 잡혀 있어 대규모 투자 집행과 경영 참여가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법 리스크가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최고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며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추측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130회가 넘는 재판을 받았다. 현재도 매주 목요일 삼성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 참석하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는 3주에 한 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심리도 받고 있다.

사면이 되더라도 매주 공판에는 출석해야 하지만 사면·복권이 이뤄지면 취업제한이 해소돼 등기이사로서 책임경영이 가능해진다. 이 부회장은 7월29일 가석방 형기가 만료되지만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 제한이 걸린 상태로 정상 경영이 힘든 상황이다.

실제 주요 경제단체장은 석가탄신일 당시 불발됐던 이 부회장 사면을 포함한 기업인 사면을 새 정부에 재차 요청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협력 업체들이 모인 협성회도 지난달 사면 복권을 청원했다. 협성회 측은 "이 부회장이 사면 복권으로 기업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호소드린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삼성의 위기 돌파를 위해 사면이 꼭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면론에 힘을 싣기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 집행과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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