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프랑크푸르트 선언날, 이재용 출국…제2 신경영 나서나
이건희 프랑크푸르트 선언날, 이재용 출국…제2 신경영 나서나
  • 뉴시스
  • 승인 2022.06.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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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7일 유럽행
네덜란드 방문, 장비 수급난 직접 챙길 듯
반도체 등 대형 M&A 가시화될지도 주목
고승민 기자 = 부당합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8차 공판을 하기 위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인준 기자 =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29년 전 고(故)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 중 '신경영'을 선언한 날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7일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 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불러 모아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의 격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류가 돼야 하는데, 삼성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기업이 아니라며 직원들에게 극적인 체질 변화를 요구했다. 이날 이 회장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이후 그동안 이 말은 글로벌 현장에서 삼성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금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29년이 지나 같은 날, 이 부회장은 유럽으로 떠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장이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 삼성'을 향해 본격 닻을 올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네덜란드 등 유럽 지역을 방문한다. 그의 글로벌 현장 경영은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주요 관련 기업과 협력 관계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EUV 장비는 삼성이 최근 발표한 '역동적 혁신 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중 반도체 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반도체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어 반도체 칩을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칩이 작을수록 전력 효율은 더 높고, 칩 한 개에 생산 원가는 낮아진다. 이에 반도체 기업들의 주문이 밀려 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장비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장비 한 대당 3000억원을 호가하는데, 업체들은 구할 수 없어 아우성이다.

삼성전자도 장비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직접 네덜란드로 건너가는 것도 꽉 막힌 수급 상황에서 오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2년 ASML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한 이후 파트너십을 쌓아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과 2019년, 2020년에도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ASML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반도체 미세공정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쌓아 온 글로벌 네트워크로 장비 확보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다.

한편으로는 이번 유럽 출장에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추진이 가시화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업종에서 기회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아직 의미 있는 규모의 M&A는 없다. 반면 올해 초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해 대형 M&A의 계약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유럽 지역에는 삼성전자가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의 본사가 다수 포진해있다. 그중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온 등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이와 함께 최근 M&A 매물로 다시 나온 영국의 ARM도 유력한 M&A 대상이다. 이 업체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수를 진행하던 도중 각국 정부의 규제 심사 탓에 불발 됐다. 이 회사가 가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탓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반도체 기업 여럿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밖에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삼성 AI(인공지능) 연구센터 등 산하 연구 기관이나 생산 시설을 찾아 직원을 격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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