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강석훈 산은 회장 임명됐지만…기업 구조조정 '가시밭길' 예상
'실세' 강석훈 산은 회장 임명됐지만…기업 구조조정 '가시밭길' 예상
  • 뉴시스
  • 승인 2022.06.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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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노조, 강 회장 상대로 출근 저지 투쟁 예고
노조, 부산 이전 중단 등 요구…"산은 출입 단 한 발짝도 허락않을 것"
전진환 기자 = 주요20개국 (G20) 정상회의가 폐막한 5일 오후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이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에게 회의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정옥주 기자 =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에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하지만 산은 노동조합 측이 강 회장으로부터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출근 저지 등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어 향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8일 금융위원회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전날 산업은행 회장에 강석훈 교수를 임명 제청한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임명안을 재가했다. 1964년생인 강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이어 대우경제 연구소 금융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을 거쳐, 19대 국회의원, 2016년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냈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해 서울 서초을에서 당선된 뒤, 같은 해 말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캠프의 정책위원을 맡았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인수위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아 활동했다.

금융위는 "그는 국회의원 재임 시절부터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산은의 당면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등 주요 업무를 성공적으로 끌어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산은은 지난달 9일 이동걸 전 회장의 사임 후 이어진 약 한 달간의 공백 끝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노조 측이 "산은 본점 지방이전 미션 받고 올 낙하산 회장을 거부한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이어, 강 회장의 공식적인 업무 시작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는 전날 밤 강 회장에 대한 임명안이 재가된 후 즉각 성명을 내고,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산은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산은이 또다시 부적격 낙하산의 놀이터로 변질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고, 관치금융 적폐를 재생산하는 것 역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좀 안다'는 사람이면 모두가 반대하는 본점 지방이전을 추진할 낙하산의 출입은 결단코 막아낼 것이다. 우리의 이 같은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낙하산과 정권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본점 앞에서 노조 운영위원과 간부들을 중심으로 출근 저지 투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노조 측이 강회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막고,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예산 운영 지침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이라며 "부산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절대 투쟁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임 회장은 부산 이전이 국가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발언을 해왔는데, 정작 신임 회장이 '난 지시를 받고 왔으니 부산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산은 직원들 그 누구도 새 회장을 따르거나,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예산 운영 지침 개선도 신임 회장에 강력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기재부 공공기관 운영 지침에 예산이 세부적으로 다 정해져있다 보니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예컨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직원이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인건비 예산이 정해져 있으니 야근을 할 수가 없어 당장 쓸 일이 없는 연수 관련 예산을 전용하려 해도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을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세부 항목 정도는 전용할 수 있도록 기관들에 자율성을 부여해달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금까지 금융권 역사상 최장 출근 저지 기록을 세운 이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다. 윤 행장은 지난 2020년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부딪혔다. 이에 윤 행장은 임기 시작 27일 만에 첫 출근을 시작하게 됐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취임식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대통령 임명 재가가 떨어져도 노조와의 문제가 남아있어 추후 일정을 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새로운 수장과 노조간 갈등으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쌍용차 새 주인 찾기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물론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이어지더라도 외부에서 업무 보고 등을 받을 수는 있지만, 주요 핵심 업무 등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산은은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합병,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앞서 이전 정부에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쌍용차 등 부실기업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이뤄내지 못했다. 2019년 초 추진했던 대우조선의 주인 찾기는 3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대우조선은 다시 산은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아시아나-대한항공의 합병도 EU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는 만큼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마 강 내정자가 부산 이전을 확실하게 안 하겠다라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한 노조에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앞서 기은의 경우 한달 정도가 갈등 상황이 이어졌는데, 산은의 경우 그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강 회장은 전날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산은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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