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낙태죄, 여성결정권 침해"…헌재에 의견 제출
인권위 "낙태죄, 여성결정권 침해"…헌재에 의견 제출
  • 뉴시스
  • 승인 2019.03.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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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관련
"낙태한 여성 처벌, 자기결정권 등 침해"
여성 건강권과 생명권 침해 등도 언급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2017헌바127)과 관련해,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직접 낙태를 실행하는 자수범(자신이 직접 범죄를 실행해야만 성립하는 범죄)에 관한 성립과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제 270조에서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와 같은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자의 낙태죄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먼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측면에서 이 조항들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여성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하는 낙태죄는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태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권 및 생명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짚었다.

인권위는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면서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서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지난해 제4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낙태 합법화·비범죄화·처벌조항 삭제 주문, 세계보건기구의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선언 등도 언급했다. 

이외에도 인권위는 ▲재생산권 침해 ▲형사정책적 정당성의 문제 등도 낙태죄 위헌 취지 의견의 근거로 들었다.

'재생산권 침해'는 낙태죄가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녀 수, 출산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등의 행위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형사정책적 정당성의 문제'는 낙태죄가 일본의용형법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은 국가의 인구정책적 필요에 따라 작동 여부가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한편 인권위는 낙태죄를 통해 낙태의 예방 및 억제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도 언급했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에서 임신 경험 여성의 19.9%가 학업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낙태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전 조사 등에서도 연간 17만 건의 낙태수술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옭죄어 왔던 낙태죄 조항이 폐지되어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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