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희선, 막장 버무린 '블랙의신부'…"욕하면서 보게 되죠"
[인터뷰]김희선, 막장 버무린 '블랙의신부'…"욕하면서 보게 되죠"
  • 뉴시스
  • 승인 2022.07.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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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윤 기자 = 데뷔 30년 차인 배우 김희선(45)은 요즘 해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15일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 공개 후 자고 일어나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몇 만명씩 늘어 놀라곤 한다. 5월 막을 내린 드라마 '내일'을 통해 해외 팬이 부쩍 늘었는데, 블랙의 신부가 방점을 찍었다. 공개 이틀 만에 세계 넷플릭스 8위에 오르는 등 호응을 얻자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얼떨떨해 했다.

"공개한 지 얼마 안 돼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아, 해외에서 팬 선물이 정말 많이 왔다. 예전에는 주로 중국어로 편지가 왔다면, 요즘은 아랍 등 여러 나라에서 선물이 오더라. 아침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체크하는데, 곧 100만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난 SNS 세대가 아니다. 싸이월드가 마지막이다. 인스타를 자꾸 하라고 해서 힘들지만 열심히 올리고 있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 이야기다. 결혼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욕망과 그 안에 도사린 복수를 담는다. '서혜승'(김희선)은 남편의 불륜과 죽음으로 인생이 산산조각난다. 렉스에서 내연녀 '진유희'(정유진)와 만나고, 복수하기 위해 2조 자산가 '이형주'(이현욱)와 결혼을 꿈꾼다.

넷플릭스에서 불륜, 이혼 등 소위 '막장'이라고 불리는 소재를 다룬 점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김희선은 한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를 소재로 한 점에 끌렸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오징어게임'(2021)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지 않았을 때다. "넷플릭스 코리아만이 할 수 있는 소재"라며 "외국인들에겐 조건 속에서 사랑을 찾고, 사람을 '등급 매긴다'는 자체가 어색할 수 있다. 신선하면서도 욕하면서 보는 자극적인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어느 나라나 사람의 욕망은 똑같을 것"이라며 "잘 살고 싶고 좋은 사람 만나고, 이왕이면 능력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잘생기고 예쁘면 더 좋을 거다. 그런 욕망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김희선처럼 아름다운 신부를 두고 바람 피운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음식을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평생 김치찌개, 스테이크만 먹고 살 순 없으니까. 아내 같은 사람 만나 봤으면, 좀 반대되는 사람 만나고 싶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혜승은 아이를 낳고 가정주부 신분으로 사는데, 커리어 쌓고 회사에서 대화도 잘 통하는 여자에게 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나도 남편과 결혼한지 16년 정도 됐고, 중학생 딸을 둬 (혜승과) 상황이 비슷하다. 내 주위에도 실제로 이런 일이 많다. 속상하겠지만, 이해가 가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공감했다.

"극중 신랑이 짐싸서 나갈 때 '우리 '민지'는 어떡할래'라고 한다. 결국 둘 다 행복하고 아이를 책임져주는 조건이라면 보내줄 것 같다. 오랜 시간 몸은 같이 있는데 마음은 따로 있으면 아이도 심리적으로 불안할 것 같다. 나중에는 혜승이 남편에게 '그래 보내줄게. 이혼할게'라고 하지 않느냐. 나도 그럴 것 같다. 120세 시대 아니냐. 서른 살에 결혼해도 90년을 같이 살라고 하면 어휴~. 남녀가 만나도 2~3년 안에 깨지는데, 난 16년을 같이 살고 있다. 제일 오래 만난 남자 중 한 명인데, 하루 하루 내 삶의 기네스를 경신하고 있다.(웃음)"

특히 결혼식에서 신랑이 바뀌는 결말은 파격적이었다. "모니터할 때 나보다 딸과 친정엄마가 더 좋아하더라. '차석진'(박훈)을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른다"면서 "형주와 석진이 턱시도를 같이 맞추고, 서로 사인 주면 들어오라고 했을까. '어떻게 타이밍 딱 맞게 들어오지?' '내가 나가야 하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가면파티 신을 찍을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가면 본을 뜨는 데만 4시간 정도 걸렸는데, 파티신 첫 촬영 때 문제가 발생했다. "가면이 다 안 말라서 얼굴에 뭐가 묻었다.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없었다"며 "제작진이 3시간 회의 끝에 촬영을 접고, 배우들은 가면을 다시 가지고 이태원으로 가서 수정했다"고 회상했다. "파라다이스시티 클럽을 열흘간 빌렸는데, 하루 촬영을 날려버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며 "사실 클럽 빌리고, 보조출연자, 스태프 등 제작비가 만만치 않은데, 그날을 배우들에게 양보해줬다. 덕분에 9일은 아무 탈없이 파트신을 촬영했다"고 돌아봤다.

블랙의 신부는 이색적인 홍보로 시선을 끌었다. 김희선과 이현욱(37), 정유진(33), 박훈(41), 차지연(40)은 지난 13일 GS샵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처음에 '홈쇼핑에서 홍보한다'고 했을 때 "제일 반대하던 사람이 나"라며 "'야, 배우가 무슨 홈쇼핑에 나가'라고 하니 '저희는 선배님 따르겠습니다'라고 했다. 댓글 다 읽고 쇼호스트에게 돌발 질문하고 내가 제일 열심히 했다.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넷플릭스 홍보 방식에 놀랐다. 어느 분야에서 1등하는 분들은 이유가 있다. 가면 파트신 세트를 떼와서 장식하고 돈도 많이 들었다"며 "'꼰대' 마인드로 두려워 했는데 참신하더라. 처음에 결사반대했는데, 넷플릭스 홍보팀한테 죄송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는 상류층 사회의 이면을 보여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들의 결혼 비즈니스를 통해 속물적인 현실을 비판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그들은 우리보다 좀 더 가진게 많을 뿐"이라며 "형주 엄마 '노여사'(김미경)가 손자 이불 덮어주면서 '집이 운동장만하고, 이렇게 넓은 집에서 살면 뭐하나. 집 안에 온기가 없는데'라고 하지 않느냐. 너무 많이 가진 자는 더 외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무진씨 노래 '신호등' 중에 '꼬질꼬질한 사람이나, 부자 곁엔 아무도 없는'이라는 가사가 있다"며 "예전에는 '나도 부자되고 싶다'고 했는데, 부자라고 하루에 밥 열 끼 먹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그런 위치 때문에 더 외롭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희선은 내년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1993년 CF 모델로 데뷔, 그해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1990~200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07년 사업가 박주영(48)씨와 결혼해 딸 연아(13)를 뒀지만, 40대 중반에도 한결 같은 미모를 유지하고 있다.

"'예뻤다'보다는 '지금도 예쁘다'가 좋다. 예쁘다는 말 싫어하는 사람 있느냐. 계속 '예쁘다'가 좋다. 20년 넘게 인터뷰할 때 나의 연기 매력을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참 난감하다. 오히려 다른 분의 매력을 말하라고 하면 쉽다. 다른 분들이 가지지 않은 나만의 유쾌함, 솔직함 아닐까. 내 연기의 매력은···. 아직 나도 내 연기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할 말이 없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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