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은 언제...고물가 고착화 가능성도
물가 정점은 언제...고물가 고착화 가능성도
  • 뉴시스
  • 승인 2022.07.2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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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이르면 9월 정점…4분기 초 예상"
이창용 "3분기 말이나 4분기가 정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
"올해 안에 정점 가능성 낮아…고물가 지속"
백동현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주류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전날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라 맥주와 탁주에 대한 주세율의 물가연동제를 개정하기로 했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물가가 9.1% 오르면서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수준을 기록한 미국 물가가 정점을 찍고 상승세를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고물가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쳐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점이 언제냐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물가가 9~10월께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등 물가 압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조만간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3%대에서 3~4월 4%대를 기록하더니 5월 5.4%, 6월 6.0%로 점차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물가는 전월대비 0.6~0.7% 올랐는데, 이런 추세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경우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 후반에서 8%대에 달하게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현재 추세로 보면 물가 정점이 이르면 9월인데, 추석이 있다 보니 일정 부분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다"며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에는 물가가 정점을 나타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물가안정조치로 인해 육류가격 안정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유가 흐름 등 여러 상황에서 볼 때 태풍에 따른 큰 피해만 없다면 10월에는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정부가 10월 물가 정점을 예상하는 것은 기저효과 영향도 있지만,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5일 배럴당 99.50 달러로 100 달러 아래로 내려간 후 최근 94~98달러 선에서 오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정점은 기본적으로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110~120 달러까지 올랐다가 전 세계적 경기침체가 우려로 다시 100 달러 밑으로 떨어져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시장에서 연말 정도면 90 달러 선으로 가고 내년에는 80달러 중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이런 것들을 반영하면 한 3분기 후반이나 4분기 초에 정점을 갖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7,8월은 휴가철, 장마철이 있어 6월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8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높지만 태풍이 올 경우 물가 정점이 9월로 밀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들이 없을 경우 지난해 물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10월부터는 물가가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다"며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중국 봉쇄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원·달러 환율 등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변수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7~8월 중 물가가 정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물가 상승률 정점은 7~8월 중일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이후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가세할 경우 정점 형성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역사상 사례를 기준으로 해도 이번 물가 급등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정점은 7~8월 중 형성되거나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물가 급등기의 지속 기간이 7~27개월인데, 이번 물가 급등기의 지속 기간이 이미 20개월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 상승 폭도 1997년 이후 가장 크기 때문에 하반기 중 정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국제유가가 진정되고 있고 수입물가도 조금씩 상승폭이 줄고 있어 물가가 앞으로 계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경기침체 우려로 유가 진정세가 계속이어질 것으로 보여 3분기 중에 물가가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고환율,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우크라이나 리스크 등으로 물가가 정점을 지나도 과거 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나는 등 고물가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와 가공식품 등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물가들이 큰 폭 오르고 있다. 

이 총재도 "정점 이후에 급속히 낮아질 가능성보다는 당분간 완만하게 떨어져서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대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있어 물가 고착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월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08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한은은 이와 관련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해외 물가 상승세와 기대인플레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안에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대인플레가 높아지면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질 수 있는데, 해외 물가 상황과 우리나라의 현재까지의 물가 상황 자체를 보면 아직까지는 물가가 정점이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물가가 정점이 올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지금과 같은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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