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 가진 변호사 우영우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가진 변호사 우영우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7.29 0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영우'가 방영된 지 한 달, 국내 첫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 회원들과 자폐인 부모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의 심경은 한 마디로 '복잡하다'.

자폐'증(症)'이라고 하는 건 병을 의미하는데 실제 자폐인의 입장에서는 고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장애로 남아 있는 것을 마치 고칠 수 있는 것처럼 단어를 쓰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차별'이기에 성명서를 냈던 것이다.

나름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하는 부분이 드라마에서 보여 고무적이다. 다만 우영우의 걸음걸이 등 몸짓들이 비장애인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어 희화화 등 차별 소지들이 남아 있다. 그런 부분은 한계가 있다.
 
문화 콘텐츠를 전공한 어느 박사는 "과거 드라마들에 비해 나아지려고 노력한 건 사실이다. 자폐 인식이 바뀌는 지점도 분명히 있지만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도 함께 부상해 앞으로 종영까지 봐야 할 것 같다"며 "성명서를 쓰지 않았다면 (우리 의견이) 반영됐을까 생각이 든다. 자폐인은 감성의 구축 방식이 다른데 아직도 EQ(Emotional Quotient·감성 지수)가 낮아서 사회적으로 무언가 할 수 없는 부분을 강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자폐인 아들이 우영우처럼 직장을 다니는 부모 A씨는 "사람들이 아들이 '왜 저럴까' 보는 눈빛이 힘들었다. 드라마로 익숙해지고, 자폐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니까 조금 시선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우영우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니까 우리 아들이 지하철 타고 출근할 때도 이제는 왜 그런지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똑같은 게 하나도 없는데 우리 아이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주는 분위기가 자꾸 형성돼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자폐인 부모 B씨는 "우리 아이는 지하철 출퇴근하고 8시간 근무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폐인 부모들에게 '우영우'는 희망고문"이라며 "가슴이 아프다. 교육을 하거나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친구들이 대다수인데 얼마든지 우영우처럼 될 수 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 없다는 오해도 굉장히 많을 것 같다. 홀로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자폐인 아이들도 있다. 그늘에 있는 자폐인과 그 가족들의 아픔은 없다"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우영우'가 비장애인 자폐 스펙트럼 연구자에게만 자문을 받은 지점은 한계로 꼽았다. 자폐 당사자들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제작자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 권리가 전혀 없었다. 제작사도 소통을 하지 않았다. 박은빈 배우가 자폐 연기를 할 수 있으면서도 또렷하게 말할 수 있어서 뽑혔다고 들었다. 반대로 말하면 자폐 당사자 배우를 썼을 때는 발음이 새고 하니까 대사가 들리지 않아서 못 쓴다는 이야기다. 당사자들과 무관하게 문화 콘텐츠적으로 장애인을 재현하고, 어떤 미장센을 갖고 있는지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근본적인 한계는 비장애인 중심의 생각으로 구성된 부분이다. 비장애인 전문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장애 당사자의 의견도 들어가면서 감수를 받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랬다면 드라마를 알기 쉽게 바꾸고, 장애인 감수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그래서 아직까지 (천재성을 강조한) '서번트 신드롬'이 드라마 소재로 나오고 있다. 제작자들이 이를 고려해주면 좋겠다. 비장애인이 장애인 권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내에도 우영우 같은 자폐인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해외는 자폐인들이 각종 전문직에서 활약하지만 국내는 교육과정부터 자폐인들의 권리가 배제되는 현실이다. 이런 아이러니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다.

제작자는 "해외 나가면 자폐인 의사, 연구자들이 쏟아지는 세상을 보는데 한국은 고등교육부터 그저 판타지"라며 "저는 2005년에 우영우가 졸업한 서울대학교에 수능 최저 기준까지 맞춰서 실제로 장애인 전형을 넣었는데 장애인 자격 자체를 인정 받지 못했고, '자폐인' 사례가 없어서 안된다면서 일반 전형을 넣든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영우가 2014~2015학번으로 어떻게 서울대에 들어갔을까 싶다"고 자신의 경험을 고백했다.
 
한 전문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분리 교육이 중학교·고등학교에 올라갈수록 심해진다. 여기에는 장애가 '다양성'이 아니라 고쳐야 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자폐인이라 안된다'는 인식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경험 자체가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UN(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기준에 맞게 자폐성 장애 당사자들의 참여가 법적 보장이 되도록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장애 패러다임이 바뀌고 인권적인 관점이 확보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법부 체계와 판결을 보면 장애 감수성이 높지 않은데 만약 우영우처럼 자폐성 장애인이 변호사로 진출해 활동하게 된다면 실제 장애인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명백히 판타지고, 변호사 시험은 물론, 일반 취업 전형과 수능마저도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와 합리적 조정이 없다. 진짜 우영우가 나올 환경이 마련되려면 응당 제공돼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우영우'를 계기로 보다 자폐성 장애 당사자, 그리고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리길 바라고 있다.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모, 당사자 등이 자폐성 장애를 인정하지 않아 뒤늦게 장애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자폐성 장애를 '고치고 교육하면 달라지는 것'이란 인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만 고치면 완벽하다'는 부모의 희망 끝에 이씨는 뒤늦게 30대에 자폐 등록을 했다.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지만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자폐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해, 부모는 계속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느 전문가는 "부모님들도 조금만 고치면 된다는 생각에 자폐 등록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 자폐성 장애 당사자들도 장애를 숨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기 위해 숨기지만 심리 상태는 바닥으로 내려가고 정신 건강까지도 나빠지는 상황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제작자는 "우리들의 의견은 언제나 1%에 불과하다. 자폐성 장애 당사자의 양육자인 부모님들 중심으로 의제가 형성돼 있다. 그것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할 부분이다. 장애인이 함께 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연대가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