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 비관적 전망 재고 늘고 가격도 '뚝'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 비관적 전망 재고 늘고 가격도 '뚝'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8.11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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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D램 업계 3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반도체 시장에 어려운 환경에 조성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펴면서, 메모리 시장에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감산 공포가 재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를 맞아 지난해까지만 해도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가득했다. 업황도 상반기 잠시 부진한 뒤 반등세가 예상된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하반기 문턱부터 재고 증가와 가격급락이 나타나며 우려 섞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019년 감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2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론은 2분기 매출이 68억달러(약 8조9000억원)에서 76억달러(약 9조9000억원)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보다 더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에는 비트 단위 출하량이 감소하고, 잉여현금흐름도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메모리를 팔아도 세금, 영업비용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계가 2017~2018년 호황기를 지나, 돌연 심각한 침체에 직면했던 2019년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당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잇달아 생산을 줄이며, 불황기를 견뎠다.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각각 5%, 1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SK하이닉스도 D램 생산 캐파(CAPA)를 줄이고,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당초 전년 대비 10% 줄인다는 방침을 돌려 15% 이상으로 줄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 감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한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생산하던 반도체 칩을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은 2019년 28분간 정전으로 500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 재가동하더라도 생산 설비를 정상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만 한 달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감산한다는 것은 '극약처방'에 가깝다. 최근 10년 사이 업체들의 감산 결정이 나온 것은 2010~2012년과 2019년 2차례뿐이다.
 
재고는 쌓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 2분기 재고자산은 11조8790억원 규모로, 매출 규모 등이 달라졌지만 감산을 결정했던 2019년 2분기 5조5890억원의 2배다. 삼성전자도 반도체를 비롯한 재고자산이 지난해 2분기 33조5924억원에서 올해 1분기 47조5907억원으로, 지난 2분기 52조922억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연말, 또는 그 이후까지 메모리 가격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7월29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고정거래 가격은 2.88달러로, 전월(3.35달러) 대비 14.03% 하락했다. 낸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128Gb 16G*8 MLC)의 고정거래 가격도 7월 평균 4.49달러로, 전월(4.67달러) 대비 3.75%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향후 여러 개 분기에 걸쳐 공급 증가를 조절하기 위해 조정 중"이라며 "신규 공장·설비투자를 줄여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청주 반도체 라인 증설 안건을 보류했고, 삼성전자도 단기 설비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생산량 조절을 계획 중이다. 아직 업황 둔화에도 공급을 늘려 출혈 경쟁을 벌이는 '치킨 게임'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감산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 전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조절될 수는 있어도, 인위적으로 공급을 줄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만약 수요 둔화 상황에서 공급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업계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기를 맞아 선두 업체보다 중위권 업체들이 더 큰 고난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0년 초반 치킨 게임에서는 업계 3위 일본의 엘피다가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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