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금융지원 종료 앞두고 기업대출 급증…커지는 부실 우려
이달 금융지원 종료 앞두고 기업대출 급증…커지는 부실 우려
  • 뉴시스
  • 승인 2022.09.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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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기자 = 7월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 9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7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4.23%) 대비 0.29% 오른 4.25%를 나타내 2013년 3월(4.55%) 이후 9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부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은 31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이달 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만기 이자상환 유예조치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4509억원으로 전월 대비 9857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 들어 8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해 말보다 12조6020억원이 줄어들었다. 이는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자 이자부담이 커진 대출자들이 서둘러 빚 갚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687조4271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7595억원 늘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포함된 중소기업 대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96조7491억원으로 전월 보다 2조1128억원이 늘었고,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590조6780억원으로 한달 새 3조6468억원이 늘었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서도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71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68조4000억원(4.2%) 증가했다. 전분기 증가폭(63조9000억원)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였던 2020년 2분기(69조1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4조6000억원(15.9%) 증가해 역대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자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신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모두 기업대출 취급을 확대했는데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라며 "수요 측면에서는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됐고 이런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늘린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를 코 앞에 두고 있단 점이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이달 말 종료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기업대출 금리가 치솟으며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3.84%)보다 0.28%포인트 오른 4.12%를 나타냈다. 이는 2014년 10월(4.14%) 이후 7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대출 금리는 전월대비 0.25%포인트 오른 3.84%를 나타냈고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4.36%로 전월대비 0.30%포인트 올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각 2014년 10월(3.88%), 2014년 9월(4.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상승에 따른 연체율 민감도는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계대출의 경우 가계대출금리 1%포인트 높아질 경우 0.095%포인트 높아지고, 기업대출금리는 1%포인트 높아질 때 연체율은 0.205%포인트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 시 대출금리 상승으로 대출연체율이 높아져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는 실제 조금씩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41%로 오히려 더 낮아져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5000억원으로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낸 반면, 기업여신 신규부실은 1조7000억원으로 전분기(1조2000억원) 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이달 말 금융지원 종료 이후 부실이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선제적인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주문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채권 잔액은 130조원이며, 이 중 소상공인 대출은 64조원(48만명)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제4차 '금융리스크 대응 TF 회의'에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 확대, 주요 자산의 가격하락 리스크 등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 금융산업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시점"이라며 "취약차주 대출 및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확대 등 그간 축적돼 온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은행과 제2금융권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도록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이고, 은행권에 대해서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신설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부실을 방지하고 사전적으로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추진 중이다.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위기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업권에 대해 적기에 유동성공급·자본확충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 부실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고 위기의 전염을 차단해 금융시스템 안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 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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