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업계 고환율로 앉은 자리에서 손해 보고 있다
항공 업계 고환율로 앉은 자리에서 손해 보고 있다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9.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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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한도 상향과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 폐지 등에도 해외 여행 심리 회복은 더딘 편이다. 2년 넘게 이어진 '개점 휴업'을 끝내고 정상화를 모색하던 면세 업계는 고환율 탓에 꿈틀대던 여행 수요가 더 잠잠해질까 걱정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구매 한도 폐지에 이어 면세 한도도 오르면서 면세 쇼핑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는데 환율 때문에 특별한 방도가 없다"며 "업계 전체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해서 정말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에 위치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지정 면세점은 지난달 말 고환율 탓에 일시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초유의 5% 할인 정책을 도입했다.

JDC 관계자는 "담뱃값이 너무 비싸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자체 부담으로 1.7달러씩 할인해 드리고 있다"며 "파손 등의 이유로 상품성이 없어진 상품을 싸게 팔긴 해도 환율이 높아서 담뱃값을 깎아주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항공 업계는 이미 고환율로 인해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유류비와 항공기 임차 비용, 정비료 등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대한항공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원 오르면 350억원의 손실이, 아시아나항공은 284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두 회사의 지난 2분기 외화환산손실은 각각 2051억원, 2747억원에 달한다.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자동차·조선업 등은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으로 수혜를 받는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문제는 원자잿값 인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폭등세를 고환율이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간한 '수입 물가 상승의 산업별 가격 전가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수입 원자재 가격은 1년 전보다 67.7% 올랐는데, 이 중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른 인상 요인은 47.0%p,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요인은 7.1%p로 조사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대금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1차 수입사들은 올해 들어 밀과 연어 등의 국제가격이 폭등하고 물류 비용도 많이 증가했는데 여기에 환율까지 크게 올라버리면서 부담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가격과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보다 수입 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원자재가격과 환율 변동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는 경우 수입은 3.6%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친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이 작년 8월보다 6.6% 늘어나는 사이 수입은 28.2%나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대기업들도 비상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비롯해 국내 4대 그룹이 최근까지 밝힌 미국 투자 금액은 700억달러다.

투자 금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5월 2일(1267.0원) 기준 88조6900억원에서 5일(1371.4원) 기준 95조9980억원이 된다. 불과 넉 달 새 7조3080억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공장 신·증설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업게는 비용 부담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애리조나에 1조7천억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고환율 영향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환율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환율 상승이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기업 투자세액 공제 확대,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 고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책들이 적기에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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