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14년 만에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통화스와프 합의(종합2보)
외환당국, 14년 만에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통화스와프 합의(종합2보)
  • 뉴시스
  • 승인 2022.09.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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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환율 안정 위해 14년 만에 통화 스와프
국민연금 한 해 300억 달러 환전
외환당국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듯"
"외환보유액 일시 줄지만 큰 문제 없어"
추상철 기자 = 8월말 외환보유액이 4364억3000만 달러로 전월 보다 21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류난영 류병화 기자 =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14년 만에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이번 통화 스와프 체결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외환당국과의 통화 스와프 거래를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돼 외환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공단과 100억 달러 한도내에서 통화 스와프 거래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23일 밝혔다. 통화스와프 종료 이후 14년 만이다. 한은과 국민연금은 2005년 177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가 2008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조기 해지한 바 있다.
 
통화 스와프는 일정 기간 서로 다른 두 통화를 맞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에 원화를 제공하는 대신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공급받아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늘려오면서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현물로 사들이면서 대규모 환전 수요가 발생해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다. 미 재무부도 지난 6월 환율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보유 규모가 가치 평가 상승 효과로 2700억 달러에서 3300억 달러로 지난해 600억 달러 증가했다"며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를 환율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 해 300억 달러 가량의 환전 수요가 발생한다. 국민연금이 한은과의 통화 스와프를 통해 이를 조달할 수 있게 되면 환전 수요를 줄여 원화 약세를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의 환전 거래는 일평균 현물환 거래 비중의 1%로 하루 평균 외환거래액 100억 달러 중 1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급등하고 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94.2)보다 15.5원 급등한 1409.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역대로 봐도 1400원 돌파는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은은 "국민연금은 이번 통화 스와프 체결로 거래 상대방 위험 없이 해외투자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가 완화되면서 외환시장의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거래를 통해 외환보유액이 계약기간 동안 줄지만, 만기시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로 전달(4386억1000만 달러) 대비 21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883억 달러 가운데 국민연금에서 나간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300억 달러 정도로 적은 규모가 아니다"며 "외환보유액 감소로 단기외채 비율이 줄고는 있지만, 2분기 단기채권이 6500억 달러로 단기채무 1800억 달러보다 높은 상황이라 국가 신인도 면에서도 우려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건별 만기는 6개월 또는 12개월로, 롤오버(만기 연장)는 실시하지 않는다. 올해 말까지 1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실시하며, 조기청산 권한은 외환당국이나 국민연금 양측 모두 보유하지 않는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은 계약서 체결 등 남은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속히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추상철 기자 = 이태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 직무대행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장을 거쳐 해외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국민연금은 앞으로 시장을 통하지 않고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를 이용할 수 있어 해외투자에 제약이 풀리게 된다.

국민연금은 외환 수요가 있을 때 한국은행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고 일반 시중은행 외환 스왑 만기보다 길어 국민연금은 거래 위험과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해외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해외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해외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환시장을 통해 미리 조달하는 방안(선조달)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됐다.

그간 선조달이 허용되지 않아 해외투자 시 외환을 집중 매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향후 월 1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선조달을 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환시장에서 분산 매수해 외화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연금은 외화 단기자금 한도를 종전 6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외화 단기자금은 해외투자 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다.

이 한도를 넘어서는 외화자산의 회수가 발생할 경우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고 재투자 시 다시 달러로 환전해야 해 불필요한 외환거래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국민연금-한국은행 외환스와프 설명회에서 "현재로서 만기 이후에 계약 연장 가능성은 반영돼 있지 않다"며 "필요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한은의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은 외화의 안정적 조달이 필요한데, 한은을 통해 조달받게 돼 시장 수급 상황에서도 도움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를 위해 통화스와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안정적으로 조달받게 돼 외환 운용에 굉장한 유연성을 갖게 됐다"며 "기금 공공성 원칙에 국가 경제 피해 최소화하자는 게 있다. 그것에 맞춰 계약돼 연금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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