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암·치매·우울증 위험↑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암·치매·우울증 위험↑
  • 뉴시스
  • 승인 2022.09.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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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 혈관이식외과 황정기 교수 연구팀
국내 첫 복부 대동맥류 전국 인구 기반 연구
왼쪽부터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황정기, 김미형 교수, 조형진 임상강사.

백영미 기자 = ‘뱃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며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복부 대동맥류가 간암, 췌장암, 폐암, 백혈병을 비롯해 치매와 우울증 발병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황정기, 김미형 교수, 조형진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복부 대동맥류를 진단받은 환자 1만 4920명과 나이와 성별이 일치하는 건강한 성인 대조군 4만 4760명을 대상으로 50여 가지 암의 발병 위험도를 비교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 조사 결과 복부 대동맥류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간암(1.38배), 췌장암(1.43배), 폐암(1.39배)의 발병 위험도가 높았고, 치료를 위해 복부 대동맥에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백혈병 발병 위험(3.84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임상강사는 “복부 스텐트 삽입술 환자의 백혈병 발병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는 원인은 시술 과정에서 경험한 방사선 피폭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부 대동맥류와 치매, 우울증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인구 1000명당 치매 발병빈도는 환자군 23명, 대조군 15.4명으로 나타났다. 치매 발병 위험도의 경우 알츠하이머 병의 위험도는 1.38배, 혈관성 치매의 경우 1.78배로 나타나 복부 대동맥류가 혈관성 치매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울증의 경우도 여타의 연구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환자군의 우울증 발병 위험은 대조군에 비해 1.4배 증가했다. 특히, 65세 미만 환자군의 위험도(1.54배)가 65세 이상 환자군(1.27)배에 비해 더 컸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부 대동맥류 환자들의 정신건강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과의 연관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황 교수(교신저자)는 “연구를 통해 획득한 결과들이 향후 복부 대동맥류의 치료 과정과 치료 후 경과 관리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대동맥류는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인 대동맥이 노화,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탄력을 잃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복부 대동맥류의 경우 직경이 정상혈관(직경 2cm)보다 1.5배 이상 커진 경우를 말한다. 직경이 5cm를 넘어설 경우 파열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인 데다 발병 후 특별한 증상도 없어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파열되면 치료 전에도 사망 위험이 높다.

지금까지 복부 대동맥류의 합병증을 비롯해 재수술 빈도, 질병 관련 사망률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많이 진행됐지만, 이번처럼 전국 인구를 기반으로 복부 대동맥류와 특정한 질환과의 연관성에 주목한 연구는 없었다.

이번 연구에는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팀이 함께 했다. 연구 결과는 혈관외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국혈관외과학회지 ‘저널 오브 바스큘러 서저리(Journal of Vascular Surgery)’,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외과학 국제학술지 ‘애널스 오브 서지컬 트리트먼트 앤 리서치(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최근호에 각각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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