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한전채 추가…6조원 한도 RP매입
한은,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한전채 추가…6조원 한도 RP매입
  • 뉴시스
  • 승인 2022.10.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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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류난영 기자 =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자금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한은이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할 때 담보로 받는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추가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매입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기관채와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 발행 채권을 한은 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공개시장운영 RP매매 대상 증권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간은 내달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간이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할 때 인정해 주는 담보물이다. 현재는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각종 한은 대출과 관련된 담보증권에 국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은행채와 한전채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포함했다.

은행채의 대규모 발행이 계속 이어질 경우 회사채, 여전채 등 여타 신용채권 수요를 위축시키는 구축(驅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에 포함될 경우 보유 중인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에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번에 추가된 공공기관 채권에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9개 공사·공단이 들어간다.

한은은 이를 통해 국내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 고유동성 자산 확보 가능 규모가 최대 29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이 한은에 은행채 등으로 담보를 납입해 확보하게 되는 국채, 통안채 등을 통해 유동성 규제비율 준수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장외외환파생거래 증거금 추가 납입 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금융권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은행채를 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적격담보증권,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에 포함시킨 후 지난해 3월 말 이를 종료한 바 있다. 

또 금융기관 간 차액결제 시 결제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던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의 인상 계획도 내년 2월에서 내년 5월로 3개월 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담보비율 인하가 연장되면 금융기관들은 국고채와 통안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된다. 한은 입장에서도 시장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아도 되고, 자금경색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월 차액결제 담보증권 비율을 종전 70%에서 50%로 20%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이 조치로 10조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를 거뒀다. 이후 올해 2월 이 비율을 70%로 올렸고, 국제기준인 금융시장인프라에 관한 원칙(PFMI)에 따라 내년 2월 80%로 인상한 뒤 2024년 2월 90%, 2025년 2월 100%로 올릴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담보증권 제공비율 100% 인상시점은 당초 2025년 2월에서 같은해 5월로 연기됐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이 한은에 납부해야할  담보 부담이 59조7000억원에서 52조2000억원으로 7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 증권금융 등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원활한 자금 순환을 도모하고 일시적 유동성 위축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3조원 유동성을 지원하는 조치와는 별도다.

한은은 "RP매입은 시장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써 공급된 유동성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통화정책기조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 어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26일 1.307%포인트 벌어졌다. 지난 2009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로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시장에서 요구한무제한 RP매입, 긴급대출 성격의 금융안정특별제도, 저신용등급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앞서 한은에 시장 유동성 경색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SPV 재가동을 요청한 바 있다. SPV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기구로 정부가 위험흡수 재원을 지원하고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 산업은행이 매입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한은 총재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SPV는 추후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는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증권사 중심으로 기업어음(CP) 시장이 어렵지만 은행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그 단계까지 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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