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초과 아파트 족쇄 풀린다…'고소득·자산가만 혜택' 지적도
15억 초과 아파트 족쇄 풀린다…'고소득·자산가만 혜택' 지적도
  • 뉴시스
  • 승인 2022.10.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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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에 이자부담도 가중…"실효성 높지 않을 것"
정병혁 기자 =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들이 서울시내 아파트를 배경으로 사진찍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금리 인상에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6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시계열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5억9천966만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2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처음 6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중위가격은 조사 표본을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가격이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 금리인상 기조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고소득 맞벌이 부부 등 일부 자산가들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란 평가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열린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 대상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키로 했다.

또 규제지역 무주택자·1주택자들에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대출을 허용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5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현행 LTV 규제는 보유주택·규제지역·주택가격별로 차등 적용되고 있는데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처분을 조건으로 비(非) 규제지역에서 70%, 규제지역에서 20~50%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 2019년 12월 서울 등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급랭하자,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토부에서 규제 완화한 것과 맞추고, 최근 금리도 오르고 여러 정책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이번에 과감하게 하나 풀기로 했다"며 "앞으로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를 완화할 것은 하고 정책적으로 안정을 시키기 위해 지원할 것은 국토부와 협의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대해 신경써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한 수혜를 입는 이들은 고소득자들을 제외하곤 많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열어주고, LTV를 50%까지 일괄 높여준다 하더라도 DSR 규제에 묶여있어, 소득이 낮은 서민 등의 대출 가능 금액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총 대출액 1억원 이상인 차주들에도 DSR 규제를 확대 시행한 바 있다. DSR은 주담대,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DSR 40% 규제가 적용된단 것은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한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 1억원인 차주(40년 만기·금리 연 4.80%·원리금균등상환)가 시세 1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현재 최대 대출 가능액은 0원이다. 하지만 주담대 금지가 풀리고 LTV 50% DSR 40%가 적용되면, 같은 조건에서 최대 대출 가능액이 7억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조건으로 연봉 5000만원의 무주택자가 16억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할 때 최대 대출 가능액은 마찬가지로 0원이나,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 3억5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연봉이 7000만원인 경우엔 대출 가능 금액이 0원에서 4억9700만원으로 오른다. 연 소득 차이는 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주택 구입시 빌릴 수 있는 자금 여력은 3억4500만원이 차이 나는 것이다.

또 만약 15억원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10억원을 대출(30년 만기·금리 연 4%·원리금균등상환) 받으려면, 연소득이 1억4340만원(월 약 1200만원) 이상이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결국 15억원 주담대 금지가 풀려도 구매 여력이 있는 일부 고소득자나 자산가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단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현금 보유자보다도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가장 큰 수혜자"라며 "주담대는 부부 소득을 합산할 수 있고 DSR이 묶인 상태에서 LTV를 풀면 소득이 많은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가 풀리면 그간 자기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아서 강남 초고가 아파트에 선뜻 손을 못댔던 고소득 맞벌이 부부 등이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살 수 있게 된다"며 "강북과 강남의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결국 DSR을 건드리지 않는 한 아무리 다른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며 "연봉 6000만원 이하인 이들은 사실 크게 체감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고소득자들만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집 값이 비싼 강남 3구를 비롯해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문제는 역시 이자다. 이미 주담대 금리가 8%를 향해 돌진하는 등 대출금리가 무섭게 오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과거보다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을 때 내야하는 연 이자만 해도 연봉 5000만원인 대출자는 1110만원, 7000만원인 대출자는 1555만원, 1억원인 대출자는 2190만원에 달한다. 한 달에 원금을 제외하고 내야하는 이자만 92만5000원, 129만5000원, 182만5000원에 달한단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가 1%포인트인 5.8%로 올라도 매월 내야하는 이자만 각각 116만4000원, 163만원, 229만6000원으로 훌쩍 뛰어 오른다. 이처럼 최근 급속도로 오른 금리인상 기조에 고소득자들도 선뜻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에 대한 LTV 80% 완화 조치가 6억원 한도로 시행됐지만,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신청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이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강남 3구 입성 기회를 노렸거나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려는 고소득자들 사이에서 그나마 거래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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