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아트갤러리, 라이징 영 아티스트 김령 개인전 ‘선 위에 생명을 담다’ 개최
혜원아트갤러리, 라이징 영 아티스트 김령 개인전 ‘선 위에 생명을 담다’ 개최
  • 김영수 객원기자
  • 승인 2022.11.09 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령 작가 개인전 ‘선 위에 생명을 담다’ 포스터

혜원아트갤러리는 11월 8일부터 12월 3일까지 나무로 도자기를 엮는 작가 김령 개인전 ‘선 위에 생명을 담다’를 개최한다.

김령은 대학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가구 디자인 석사 과정을 밟은 디자이너 겸 조각가다. 나무라는 소재에 부단히 천착해온 그는 목조 가구에서 생동감 넘치는 입체 조각, 부조 작업에 이르기까지 공예와 추상 조각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명력을 내재한 나무 소재와 도자기의 단정하고 유려한 선형을 빌어 ‘생’의 의미를 담아낸 신작들을 선보인다. 자극적 속도전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잠잠히, 그러나 강인한 생명력을 머금은 김령의 작품들을 관조하며 한 해의 마지막 계절을 차분히 맞이해보기를 바란다.

김령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생(生)’이다. 생은 곧 나무 소재와 선, 도자기의 형상을 통해 드러난다. 먼저 나무는 김령의 모든 작품의 주요 소재로써 생명력을 내재한 상징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작가에게 나무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았던 생명체를 의미한다. 생명력이 소거된 채 작가의 손에 주어진 나무는 재가공의 과정을 거쳐 작품이라는 새로운 생명이 부여된다. 김령은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영혼을 불어넣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로서 인간 ‘생’을 은유하고자 한다. 즉, 나무를 파내고 형태를 뽑아내는 과정은 물질에 깃든 생명력을 찾아내는 길이자 ‘생’의 의미를 가시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나무: 색, 결, 무늬 그리고 외형. 격렬하지도 거세지도 않지만, 시간의 퇴적물로 쌓인 나이테를 보면 그 나무가 지내온 시간을 짐작하고 느낄 수 있다. 천천히 들여다보면 나무만큼 그 생명이 살아온 기억이 느껴지는 것이 있을까.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나무는 달라진다.”

- 작가 노트 중 -

김령의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또 하나의 주요한 특징은 유려한 곡선형의 ‘선(line)’이다. 작가는 시간의 퇴적물인 나무를 깎아 가는 선형의 목봉을 만들고 이를 쌓아 도자기의 형태로 깎아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서 서로 얽혀있는 각각의 선들은 직접 경험한 다양한 관계의 모양들을 암시하는 것인 동시에 나무에 내재된 생명의 에너지를 가시화한다. 얽힌 선들(Woven line)은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그리고 타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인간이 살아가는 ‘생’이라는 현상, 그 보이지 않는 얽힘을 시각화하기 위해 김령이 기용한 형식인 것이다. 김령은 나무 자체의 물성에 가장 적합한 형태인 ‘선’을 통해 그것이 함축한 생명의 힘을 구현한다. 물질이 조각의 재료가 되는 순간 살아 있는 생명체로 환생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도자기 형태를 차용한 신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도자기가 지닌 ‘용기;container’라는 성질과 형태에 주목했는데, 이는 인간을 ‘영혼(체)을 담는 그릇’으로 보는 불교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시간과 영혼을 담은 채 뚝 선 형상이 사람과 나무의 그것과도 닮았기 때문이다. 한편 양각 또는 음각으로 깎아낸 도자기의 형상은 공간을 비우거나 매우는 점에서 대응 관계에 있다. 부재와 실재는 존재를 드러내는 동시에 존재의 흔적을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김령은 이런 작업을 통해 개인의 ‘생’ 뿐만 아니라 현존(Presence)은 채움으로써 증명되는가, 비움으로써 증명되는가와 같은 보편적 생명에 대한 존재의 방식과 의미를 고찰한다.

“나의 작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실체와 존재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무수한 물질들에 둘러싸여 감각을 통해 인지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공기와 같이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항상 내 공간 안에 있을 물질 같은 것들은 특별한 나의 인식 없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세상에 존재한다고 느낀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공기와 같은 것들을 다른 이들도 나와 똑같이 인식할까. 현실이 아닌 가상 공간에서 모두 똑같이 인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한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인식하는 물질이 완전함이 아닌 파편이라면 과연 그것의 참과 거짓을 논할 수 있을 것인가.”

- 작가 노트 중 -

어린 시절부터 불교 사상에 익숙한 김령의 시각은 조각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는 생명주의적 예술관, 그리고 예술 행위를 자연의 일부로 보는 동양의 전통 예술관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는 비단 자연계에서 선택된 소재와 내용을 표현 수단과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가느다란 선과 한데 뭉친 목봉 덩어리의 볼륨감, 나무의 물성이 간직한 수직적 견고함과 이를 깨는 색체의 수평적 유동성, 매끄러운 곡선과 거친 물감의 필선 등 대립적 요소들 간 팽팽한 긴장과 균형미에서도 드러난다. 또 목선을 모아 면을 이루고 도자기의 형상으로 깎아내는 작업의 전개 과정은 세포가 분열해 하나의 개체를 이루고 또 깎이고 닳아 소진해가는 생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닮아있다. 오늘 우리는 김령 작품을 통해 베르그송이 말한 ‘생의 약동(élan vital)’의 시각적 구현을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 김령 작가 소개

학력

2014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RISD) MFA in Furniture Design
2010 홍익대학교 프로덕트 디자인과 졸업

경력

2022 단체전 가을달빛전 (나인원 한남 with 갤러리 4번가)
2022 단체전 서울 호텔아트페어 (인터콘티넨탈 호텔 서울 코엑스)
2022 개인전 Woven line;선으로면을 채우다(N646)
2022 개인전 항아리, 생각을 담다 (BIKI Gallery)
2022 단체전 서울 호텔 아트페어 (인터콘티넨탈 호텔 서울 코엑스)
2022 단체전 소소한 그림展 (BIKI Gallery)
2021 단체전 DAEGU ART FAIR 2021 (EXCO)
2021 단체전 뱅크 아트페어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 서울 코엑스)
2021 단체전 AHAF Asia Hotel Art Fair Busan 2021 (파크하얏트부산)
2021 단체전 조형아트서울 PLAS 2021 (COEX)
2021 개인전 木;因緣 (정수아트센터; 아트나인 갤러리)
2019 단체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SDF)
2019 단체전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MMCA)
2018 단체전 6월愛 피어나다.. (훈갤러리)
2017 단체전 서울 아트쇼 (COEX)
2017 단체전 Object in Space (메이크 갤러리)
2017 단체전 2017 기획 6인전 (U.H.M갤러리)
2016 단체전 우리가 몰랐던 가구;展 (금보성 아트센터)
2016 단체전 청춘 아티스트 3인전 (고양시청 갤러리)
2015 단체전 우드페어 (COEX)
2014 단체전 WANTED Design Echibition (NYC)
2014 단체전 Triennial show (woods Garry Gallery)

◇ 전시 개요

△전시 제목: 선 위에 생명을 담다
△기간: 2022년 11월 8일(화)~12월 3일(토)
△장소: 혜원아트갤러리
△관람 시간: 화요일~금요일 10:00~18:00 / 토요일 10:00~17:00 (일요일 사전 예약 후 관람 가능)
△작가와의 대화: 2022년 11월 17일(목) 18:0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