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논리 어긋나"…가격 상한제에 골프장업계 반발
"시장논리 어긋나"…가격 상한제에 골프장업계 반발
  • 뉴시스
  • 승인 2022.11.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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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골프장 입장료 상한제에 업계 반발

"골프장은 비오는 날 우산 장사" 푸념 나와

"혜택은 추상적인데 가격 제한은 구체적" 비판
김명원 기자 =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대중형골프장 지정에 관한 고시 및 골프장업 이용요금 표시관리 기준 제정'에 대한 브리핑에서 대중골프장으로 지정받으려면 입장료를 회원제 골프장 보다 3만4천원 낮은 금액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 내년 1월 부터 모든 골프장은 이용요금 표시 의무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박대로 기자 =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 골프장 입장료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골프장 업계에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장 논리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골프장 업계가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대중형 골프장 이용료 기준을 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돼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골프장 운영 업체는 입장료를 회원제 골프장이 부과하는 비회원 입장료보다 3만4000원 이상 낮은 금액으로 책정해야 한다.

수도권이나 일부 고급 대중골프장이 성수기에 30만원에 달하는 입장료를 부과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어 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회원권 판매 없이 일반 대중 골퍼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대중골프장들은 이번 조치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골프장업계는 항공권 시장처럼 골프장 영업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비오는 날 우산 장사'와 같다는 것이다.

그간 대중골프장은 비수기인 1~3월에는 10만원선까지 입장료를 낮춰도 골퍼들을 모집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대중골프장들은 성수기에 입장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해왔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대중골프장들은 이번 조치로 사실상 정부가 입장료를 통제하게 됐다고 푸념한다. 입장료 인상은 물가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모두 업계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정부는 대중형 골프장 입장료 기준이 될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입장료를 아직 발표하지도 않았다.

아울러 대중형 골프장에 적용할 세제 혜택 역시 구체적으로 제시된 게 없다. 대중골프장들 입장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덜컥 받아들였다가 정작 혜택은 별로 누리지 못해 외통수에 몰릴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골프장 부족 현상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골프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앞으로 전국에 골프장이 100개 정도 더 지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는데 이번 조치는 예비 골프장업자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길 수 있다.

이번 조치대로라면 대중형 골프장을 창업해도 수익성이 악화될 때 가격을 인상해 영업이익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

이번 조치가 골프 인구의 지속적 증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골프 인기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이 다른 스포츠로 옮겨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골프장 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통제할 경우 향후 골프 인구 감소 때 골프장업자들의 폐업과 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게다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만든 대중골프장인데 회원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기회마저 박탈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요금 할인과 세제혜택 박탈이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원권을 구입할 수 없는 일반 골퍼들을 배려하겠다는 조치로 풀이되는데 이 역시 대중골프장들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중골프장 세분화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책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그린피를 받고 있는 골프장이 60여곳에 달한다.

이들 골프장 가운데 몇 곳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세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선택해 가격을 낮출 것인지 의문이다.

재산세, 개별소비세 등 세제혜택을 받지 않더라도 수요가 넘치는 수도권 지역 골프장들은 그대로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가격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대중제골프장으로 선택해 정부 고시대로 그린피 가격을 낮추더라도 음식비나 카트 이용료를 높이는 편법을 동원해 손실분을 메꿀 수도 있다.

이번 정책으로 대중제 골프장의 가격만 부추기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 인구 증가로 인해 골프장 공급이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재외동포 캐디 고용, 골프장 토지수용 제도 개선, 체육진흥기금 융자 확대 등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구체화된 계획이 없어 골프장 투자 활성화를 이뤄낼 지 미지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에콜리안CC 같은 공공골프장 확대 등 직접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중골프장 업계 관계자는 1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용요금이 오른 것은 맞지만 이는 코로나로 인한 수요 폭증에 따른 일시적이고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그동안 물가 인상도 반영 못했는데 그나마 요금에 조금 반영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기 책임하에 영업을 하는데 인위적으로 가격을 정하면 사실상의 통제가 된다. 시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업자가 시장에서 자기가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면 반대로 정부가 해줄 게 무엇이냐가 중요한데 지금 정부 얘기는 추상적"이라며 "(대중골프장이 받는 혜택이) 구체화돼야 수용 여부를 검토할 텐데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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