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끝이 보인다...채권 사볼까
금리인상 끝이 보인다...채권 사볼까
  • 뉴시스
  • 승인 2022.11.26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마지막 금통위를 열고 6회 연속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류난영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속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며 채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지만, 기업어음(CP) 금리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등 전문가들은 아직 경계를 풀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045%포인트 내린 3.644%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01%포인트 내린 3.623%를 기록했다. 4.5%를 넘어서며 고공행진 했던 국채 3년물은 최근 3.6% 선으로 내려왔고, 4.6%를 상회했던 10년물도 3.6%선으로 내려서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단기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CP 91일물 금리는 전날까지 45 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CP금리는 전날 대비 0.02%포인트 오른 5.5%를 기록했다. 올해 초 1.5% 선이있던 것과 비교해 무려 4%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채권 시장이 이 같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국의 긴축 속도조절 영향이 크다. 그동안 채권 시장의 시선이 유례 없이 높은 물가에 있었다면 최근 시장은 경기 하강 가능성에 주목하며 강세폭이 확대되고 있다. 채권 시장의 시선이 물가에서 경기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1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들은 인상 속도를 곧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미 연준은 내년 중 언젠가는 경기 침체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베이스라인으로 두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국들도 긴축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앞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한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미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자본유출 위험이 커졌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긴축 속도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 동결에 돌입하는 등 긴축 기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장 채권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으로 표현된 어휘에 대해 3개월 전후의 기간임을 명시한 부분이나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하향하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를 밝힌 부분 역시 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는 지속될 수 있겠지만 종착지가 다가오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통상 3~4개월을 뜻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렸지만 대체로 3.5% 내외에서 형성됐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3.5%가 바람직하다는 위원이 3명, 3.25%에서 멈춰야 한다는 위원이 1명, 3.75% 이상 수준을 언급한 금통위원이 2명 있었다. 대다수의 금통위원이 지목한대로 최종금리가 3.5%에서 마무리 된다면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남은 인상 횟수는 한 차례 밖에 없다. 
 
또 한은이 내 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을 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4일 발표한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낮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국제통화기금(IMF) 2.0%, 아시아개발은행(ADB) 2.3%를 비롯해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1.8% 등 대부분의 전망기관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성장세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 같은 대형 위기때를 제외하고 성장률이 2% 이상을 유지해 왔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가파른 긴축에 대한 여파가 내년부터 가시화 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겠지만, 가파른 긴축의 배경이 됐던 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레고랜드 사태 등 채권시장 경색과 맞물리며 단기채권 시장도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수준이 2%대에서 안정됐던 과거 2000년대와 비교하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금융시장 변화 역시 2000 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기에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라며 "최근  물가 하락세는 국제유가가 120달러 선에서 큰 폭 떨어지면서 완화된 점이 영향을 미쳤는데, 여전히 주거비 등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연준은 2025년에나 물가가 2% 레벨로 돌아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고, 한은도 내년 물가를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3.6%로 과거와 다른 물가 수준"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빠르게 경기로 시선을 돌리는 것보다는 수요 둔화 속 물가 하방 압력을 확인 하기 전까지 물가에 대한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인플레이션 경계를 풀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점과 11월 초부터 진행된 빠른 금리 하락세에 대한 반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CP 금리 상황으로 알 수 있듯이 단기물 금리는 안정되지 않고 있으며, 국내 채권 매수세도 약한 편이라 국채 금리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말까지 국고 3년 3.6%∼3.85%, 국고 10년 3.55%∼3.80% 예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