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회복세?…금융당국 "부동산PF 집중 모니터링"
채권 시장 회복세?…금융당국 "부동산PF 집중 모니터링"
  • 뉴시스
  • 승인 2022.12.13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옥주 기자 = 국내 회사채 시장이 순발행으로 전환되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채권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 가능성 등 '화약고'가 남아 있는 만큼, 일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12일 회사채 발행액은 1조346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상환액은 1조2496억원으로, 965억원 순발행 상태로 전환됐다.

지난 9월 6568억원의 순발행 이후 국내 회사채 시장은 10월과 11월 각각 4조8379억원 순상환, 8087억원 순상환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은 상태를 지속했었다. 이에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 계속됐다.

다만 정부의 '50조원+α' 규모 유동성 지원 대책 등 각종 시장안정조치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한국전력공사채 블랙홀' 현상이 다소 완화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조절 기대감 등으로 채권금리가 낮아지며 자금 시장이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 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 전후로 특은채와 공사채 스프레드가 축소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돌아섰고, 정책자금 집행도 이뤄지면서 폭등했던 PF-ABCP금리도 상승을 멈추고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며 "단기자금 경색으로 증권사 기업어음(CP)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정책지원효과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 등 유동성 확보가 이뤄지면서 한고비는 넘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수요예측이 흥행하고 있는 것도 채권시장의 회복세를 나타내는 신호라는 평가도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총 25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는데, 1조9250억원이 모이며 31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SK도 2300억원 모집에 8600억원을 확보하며 29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고, 하이투자증권 역시 1800억원 수요예측에서 5410억원을 확보하며 30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의 채권 시장에 감도는 온기가 일시적인지 또는 추세적 현상인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냉각에 따른 증권사 유동성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PF-ABCP 비중이 높은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다.

부동산 PF는 특정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 분양수익 등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라 지난 수년간 급성장해 왔다. 하지만 주택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시장금리가 급하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PF-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불거지면서 PF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증권사 CP 15조7000억원, PF-ABCP 17조2000억원으로 총 32조9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 중 본인의 능력에 비해 부동산 PF를 과다하게 취급한 곳들이 몇몇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괜찮겠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증권사를 시작으로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동산 PF-ABCP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도 최악의 위기가 지나갔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부동산 PF 시장"이라며 "특히 부동산 PF가 문제없이 상환, 차환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이 중요한데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고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던 서울 부동산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부동산 PF의 차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최근 대두된 리스크는 사업 기간은 장기간인데 비해 자금조달을 단기로 한데 따른 차환위험으로, 이외에도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되는 시점과 본 PF가 종료되는 시점에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각 회사들은 최근 PF 유동화시장 자금경색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감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매크로 상황을 고려하면 우발채무가 중장기적으로 자산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도 지난 5일 발간한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시장안정대책에 힘입어 우량물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있으나 CP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신용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며 "연말 자금수급 여건 등을 비추어 볼 때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말 자금 수급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 가운데 증권사 CP와 PF-ABCP 등의 대규모 만기도래가 예정돼 있어 원활한 차환 여부가 관건"이라며 "향후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PF 브릿지론 등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PF 부실화 우려가 증대되면서 관련 증권사 등의 유동성 상황 및 PF-ABCP 시장 불안이 심화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