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롯한 중부지방 '눈폭탄' 출근길 시민들 곤욕
서울 비롯한 중부지방 '눈폭탄' 출근길 시민들 곤욕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12.2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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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새벽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눈폭탄'이 쏟아지며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곤욕을 치렀다. 오후까지 눈 또는 비가 계속 내리는 데다가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곳곳에 '빙판길'이 만들어져 퇴근길에도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 대부분과 경상도 일부 지역, 제주도산지에 대설특보가 발효됐고 중부지방에 시간당 1~2㎝의 눈이 내리고 있다.

하루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양인 신적설 현황은 9시 현재 서울 3.4㎝, 인천 3.8㎝였고, 강화 8.2㎝, 양주 7.8㎝, 동두천 6.1㎝ 등으로 수도권 북부에 특히 많은 눈이 쌓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아침 둘러본 서울 관내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일대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출근길 시민들로 분주했다. 기온이 오르며 새벽까지 함박눈으로 내리던 눈이 점차 진눈깨비로 바뀌 행인들은 우산을 쓰거나 외투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눈을 맞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일찍부터 제설제를 뿌리고 눈 정리에 나서 도로와 인도 모두 눈이 치워졌지만, 제설 과정에서 녹았던 눈과 하늘에서 계속 내리는 눈이 뒤섞여 길 곳곳이 진창처럼 변해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2호선 사당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5)씨는 경기도 안양쪽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하필 눈도 많이 와서 출근길이 늦을 거 같다"며 "원래 겨울과 눈을 좋아하는데 눈만 오면 출근길이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신호에 걸려 대기 중이던 한 시내버스 기사는 "나같아도 버스가 느리게 가면 승객들이 얼마나 짜증날까 싶다"면서도 "사고가 나면 더 큰일이니까 안전을 위해 조심운전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에 뿌린 제설제로 녹은 눈이 미끄러운 탓에 지나가던 일부 행인들이 위태롭게 휘청이는 모습도 보였다. 사당역 인근에선 약간 경사진 언덕받이에서 걸어가던 중년 여성이 넘어져 주변의 다른 행인들이 "괜찮으시냐"고 물으며 몸을 일으켜주기도 했다.

2호선 강남역 1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경기도 용인 집에서 10분 정도 일찍 나왔다며 "버스가 5분 정도 늦게 왔다. 오는 길에 차는 안 막혀서 괜찮았다"고 전했다.

강남역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20대 여성 직장인은 "집 앞 길이 안 좋아서 타야하는 열차를 놓쳤다. 원래는 10분 정도 일찍 도착한다"고 말했다. 다급한 지 연신 휴대전화 시간을 확인하던 그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잰걸음을 놀렸다.

당국이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해 집에 차를 놓고 출근한 직장인들도 많았다. 평소 인천에서 차로 출근하던 임모(28)씨는 "어차피 새벽에 나오면 제설도 잘 안 돼있을 거라 차를 놓고 30분은 일찍 나왔다"고 전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으로 시민들이 몰리며 '인파' 걱정을 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여의도로 출근한 유모(28)씨는 "이대로 계속 눈이 오면 사람들이 지하철에 엄청 몰릴텐데 걱정"이라며 "최근에 (이태원) 참사도 있었는데 나는 키가 작아서 사람들이 꽉 차면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은 제설작업에도 열악한 도로 사정을 우려하고 있다.

금천구에서 구로구로 차량으로 출근했다는 김모(35)씨는 "눈이 잘 치워져 있었지만 고갯길에서는 도리없이 바퀴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어 아찔했다"며 "길이 막히진 않았지만 다들 조심스럽게 운전하다보니 평소보다 4, 5분은 걸린 것 같다"고 밝혔다.

박모(54)씨는 "영업을 하다보니 차로 출근했다"며 "계속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길이 미끄러우면 천천히 운전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시간 약속을 늦을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에 제설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골목길에서 만난 환경미화원들은 넉가래와 빗자루로 눈을 밀어내고 있었다. 신호등에 쌓인 눈을 털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이 미화원은 오전 7시30분부터 눈을 치우고 있다며 "눈이 생각보다 적어서 수월했다"고 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서울 도심 전체 속도는 시속 17.6㎞로 서행 중이다.

눈은 오후까지 중부지방, 경북북부내륙, 제주도산지를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도 낮에는 2~9도로 영상권으로 올라 도로에서 녹았던 눈이 오후부터 기온이 내려가 도로 위에서 얼어붙는 '블랙아이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퇴근길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특히 충청권내륙과 남부내륙을 중심으로 내렸던 비 또는 눈이 지면에서 얼면서 도로 살얼음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대설위기경보 수준을 '주의'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며 제설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도 전날 제설2단계를 발동하고 인력 8484명과 제설장비 1123대를 선제적으로 투입해 제설 작업을 벌였다. 교통혼잡을 대비해 서울지방경찰청 협조로 폭설시 116곳의 취약지점에 교통경찰을 현장 배치하고 취약구간에 대한 교통통제도 실시했다.

오전 9시 현재 대설주의보 발효에 따라 서울시는 총 12개 시내버스 노선을 우회시키고, 1개 노선은 우회를 해제한 상태다.

 시내 주요도로 중 동부간선도로 상도지하차도 의정부방면 단방향 구간이 제설 작업으로 부분통제됐다. 북악산로 일부 구간 북악골프장~창의문 양방향 구간은 일시 통제됐다가 제설작업이 완료돼 통행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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