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
헌재,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12.2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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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국회가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 집회를 금지하기 위해 진행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도 적잖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서울중앙지법이 구 집시법 제11조2호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이지만 2024년 5월31일까지 국회에 개선 입법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구 집시법 제11조2호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현 집시법 제11조3호로 유지되고 있다.

헌재는 이 중에서 대통령 관저 부분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순 위헌 결정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까지만 법에 효력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 사이 국회가 법을 개정하라는 뜻이다.

헌재의 판단 요지는 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적은 장소에서 열리는 소규모 집회까지 일괄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과 가족 및 대통령 관저 직원의 안전, 대통령 관저의 출입 등이 보호 법익이 된다.

헌재는 2003년부터 집회 금지 구역을 축소하는 판례를 축적해왔다.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인근 ▲국회의사당 인근 ▲국무총리 공관 인근 ▲각급 법원 인근 집회를 일괄 금지한 것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오히려 집회금지 구역을 추가하는 입법을 준비 중이다. 우선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금지 구역에 추가하는 안을 심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면서 관저와 집무실을 구분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법원은 집회금지 통고에 대한 불복 소송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현행 집시법이 집회를 금지하는 '대통령 관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 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금지할 법적 근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관저와 집무 공간이 합쳐져 있었기 때문에 인근 집회가 금지돼 있었다.

헌재가 위헌성을 심사한 사건은 청와대 인근 분수대 앞에서 열린 집회였다. 집무 공간과 관저가 구분된 상황에 대해서 헌재는 판단하지 않았다.

'법익 침해 우려가 없는 소규모 집회'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정 요지가 법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회 금지 구역에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구역 내 모든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특히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대통령 관저를 넓은 의미의 대통령 관저와 좁은 의미의 대통령 관저로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좁은 의미의 관저는 숙소를 의미하고, 넓은 의미의 관저는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포함한다.

두 재판관은 광의의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상황에 유추 적용해보자면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해석도 가능하다.
헌재가 집시법 중 대통령 관저에 대한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판단한 만큼, 한남동 관저 인근 집회도 일부는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는 대통령이 집에서 표출된 집단적 의사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인정했다. 국가는 다소간의 불편을 감소해야 한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이와 동시에 양산에 소재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등을 집회금지 구역에 포함하려는 시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은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집회금지 구역에 포함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전문위원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측인 경찰청 차장 역시 전문위원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회의 입법 결단을 존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덧붙였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개정 논의를 기속하지 않는다. 다만 법조계는 국회가 입법을 논의하면서 헌재의 결정 취지를 무시할 수 없으리라고 전망한다. 집회를 일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집회를 제한하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는 취지다.

만약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헌법소원과 집회 금지통고로 인한 행정소송도 예상된다. 이 경우 법원에 이번 헌재의 결정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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