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1년 기다렸는데...11% 돌파한 할부 금리에 포기 속출
신차 1년 기다렸는데...11% 돌파한 할부 금리에 포기 속출
  • 뉴시스
  • 승인 2022.12.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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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카드사 신차 할부금리 상단 11% 넘어
판매 현장 "계약 포기 많다"
여신업계 "여전채 금리 인상으로 금리 낮추기 힘들어"
배병수 기자 = 올 7월 자동차 수출액 50억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17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한재혁 기자 =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김모 씨는 최근 다음 달 인수하기로 한 신형 쏘나타 구매계약을 취소했다. 10% 넘게 뛰어 오른 할부금리가 부담돼서다. 김씨는 "기존에 타던 차가 29만5000km를 주행한 15년 된 NF소나타지만 수리비보다 할부금리가 더 지출이 클 것 같다"며 "돈을 좀 더 모아서 (내년) 연말이나 내후년 쯤 선수금을 더 내고 구입할 생각"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캐피탈사나 신용카드사의 조달금리가 잇따라 인상되면서 자동차 할부 금리도 11%를 넘어서면서 1년 이상 기다린 신차 구매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쏘나타를 현금 10% 비율로 36개월 할부를 적용해 구매할 경우 할부금리 상단은 11.5%다.

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캐피탈사는 롯데캐피탈이 11.5%, 현대캐피탈이 10.4%의 할부금리를 기록했다. 카드사별로는 우리카드가 11.1%, 신한카드가 10.5%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 2%후반~3%대 였던 할부금리는 1년 새 5배 가량 뛰었다. 김씨는 "1년 전 차량 구입을 위해 자동차 할부 금리를 알아봤었는데 일정 선수금을 납부하면 25~60개월 할부시 적용되는 금리가 2.7% 였다"며 "지금은 10%를 넘는 곳이 대부분이라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차 할부금리가 크게 뛴 것은 기준금리가 3.25%로 10년 만에 3%를 넘어서면서 카드사 등 여전사들의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다.

카드사 등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으로 자금을 충당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초 연 2.420%(민평평균) 였던 여전채 3년물(AA+) 금리는 지난 28일 5.514%로 3.09%포인트나 상승했다.

여기에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도시철도채권 할인율도 1년 새 5배 가량 오르면서 신차 구매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9일 현재 서울도시철도채권 할인율은 20.4%로 나타났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채권 할인율이 4.29%였던 것과 비교하면 4.7배나 뛴 것이다. 채권 할인율은 자동차 구입 초기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채권 매입 후 금융사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즉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자율이 낮고 5~7년간 장기 보유해야 하는데다 적잖은 목돈이 들어 채권을 매입하자 마자 손해를 감수하고 곧바로 할인해 되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서울에서 1980CC 차량을 6000만원에 구입할 경우 공채 매입액인 654만원(차량 구매액의 12%)의 20.4%를 제외한 133만원 가량이 공채 할인액이 된다. 1년 전에는 28만원 가량만 내면 됐지만, 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고공행진한 이자부담에 공채 매입 부담까지 겹치면서 올해 초 신차 계약을 맺었던 소비자들의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신차를 계약 시 할부금리는 출고 시의 금리가 고정금리로 책정된다. 때문에 올해 초 계약을 했더라도 향후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 금리가 내리더라도 높은 금리가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중구에서 자동차 판매 딜러로 근무하는 최모 씨는 "할부이자가 높아지면서 지난달부터 출고 직전에 계약을 포기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특히 최근 휘발유·전기 차량으로 수요가 집중돼 저가 경유 차량은 계약 즉시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캐피탈사는 여전채 금리도 AA신용등급 이상 위주를 취급하다보니 (낮은 금리를 유지할) 여건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달금리 상승이 원가에 반영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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